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부채질'
은행권은 연말을 앞두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확보에 한창이다.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오면 대표적인 절세상품인 IRP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지난달 말부터 실시된 만큼 이를 발판으로 신규 가입자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 퇴직연금 가입자까지 유치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개인형IRP 적립금은 54조2606억원으로 1년 전(46조4732억원) 대비 16.8%(7조7874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개인형IRP 적립금 규모는 금융권(은행·증권·보험) 전체 적립금 91조7602억원 중 59.1%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형IRP 가입자 열에 여섯 가까이는 5대 시중은행에서 가입한 셈이다.
개인형IRP은 근로자가 재직 중에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납입 금액 중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돼 최대 148만5000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운용 기간 중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면제되며, 퇴직급여 수급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2022년까지 700만원이던 세액공제 한도가 지난해부터 90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금융소비자 관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개인형IRP는 초창기 기존 퇴직연금제도(DB, DC)에 가입한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가입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적립액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수시로 개인형IRP 관련 이벤트와 서비스 강화를 통해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연말정산 시즌이 가까워져 절세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진 분위기다.
은행별로 개인형IRP 적립금 규모를 보면, KB국민은행이 14조7881억원으로 은행권은 물론 전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 14조6602억원 △하나은행 11조6043억원 △우리은행 8조4889억원 △NH농협은행 4조7191억원 순이다.
올해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만큼 은행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은행들은 개인형IRP 이전 시 경품을 증정하거나 무서류로 가입할 수 있게 편의성을 높이는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계좌를 해지해 현금화하지 않고도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도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물이전은 같은 퇴직연금제도 간 이동만 가능한데, DB·DC형은 가입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 간 이전만 가능해 한계가 있다”며 “가입자가 능동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게 개인형IRP인 만큼 이를 중점으로 소비자 유인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