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소비 지양하는 2030의 '무탈한 오늘 하루'
[금요칼럼] 소비 지양하는 2030의 '무탈한 오늘 하루'
  • 신아일보
  • 승인 2024.11.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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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트뷰로 이영희 대표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A씨는 아침에 일어나 샐러드나 건강식을 챙겨 먹고 도시락을 싼다. 그런 다음 집을 나서 도심의 가까운 공원이나 내가 사는 동네의 예쁜 거리를 걷고 사진도 찍는다. 점심때가 되면 챙겨간 도시락과 커피도 마시며 잠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오후에는 서점을 찾거나 직접 요리할 식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하루 목표했던 소소한 일상을 다이어리에 꼼꼼히 기록하고 스티커로 꾸미기도 하며 일상의 무탈함과 나에게 집중했던 하루에 만족한다. 2025년을 앞둔 현재, 어느 휴일의 20~30대의 일상이다.

걷기, 느리게 살기는 중년의 여유로운 일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요즘은 젊은 층이 지향하는 힐링요소가 됐다. 마찬가지로 최근 ‘달리기’는 세대를 초월해 여가를 즐기는 인기 레저다. 별도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달리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즘 젊은 층들의 서점 출입이 잦아지고 필사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MZ의 일상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최대한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무탈한 일상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안쓰러운 현실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NS에는 다양한 ‘언박싱’이 올라왔다. 고급제품이나 희소가치가 있는 한정판 제품을 선물 받았거나 배달시켜 포장을 뜯고 소개하는 것인데 유명 연예인에서 일반인까지 참여하면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맛집을 순례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이나 한정판을 선호하며 자랑하는 자기 과시적 트렌드가 자기계발과 자아집중으로 옮겨 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 못하는 시대의 소비트렌드’라는 정의를 내렸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사회현상 속에서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이 요원해진 가운데 좌절보다는 자신을 돌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실례로 SNS에서 최다 해시태그를 기록한 용어가 ‘아보하’라고 한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이다. 과시적 보여주기식에서 자기만족의 일상을 중요시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의, 식, 주 관련 기업들은 울상이다. MZ의 일상과 소비행태가 중요한 것은 인구구성비와는 상관없이 시대적 주류를 형성하며 각종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저소비 트렌드는 시장의 저성장을 의미한다. 

실례로 2023년 상반기 대비 2024년 상반기의 연령대별, 업종별 소비 건수 증감률 (NH농협조사)에 따르면, 2030의 의류 소비는 마이너스(-)12%, 액세서리는 -18%, 백화점 소비 -3%로 나타났다. 고가 프렌차이즈 커피점 이용 역시 -13%를 기록했다. 또 계속되는 내수 경기침체로 지난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9% 하락했다. 이는 2년 반째 이어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로 의류판매도 4.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싼 브랜드 대신 유사한 디자인이나 기능, 품질을 가진 저가형 제품, 이른바 ‘듀프(dupe)’ 소비가 2030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듀프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 즉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비롯됐는데 비싼 명품보다는 품질과 가성비가 좋은 유사제품으로 만족하려는 소비행태로 패션과 뷰티에서 확산 추세다. 이에 따라 중저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듀프족을 위한 제품 개발과 출시가 한창이다.

기업들은 2030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서 가성비뿐만 아니라 이들이 추구하는 ‘가심비’를 충족시켜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도 매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더 깐깐해진 MZ를 대응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가야 하겠다.

/ 이영희 서울아트뷰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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