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심사자 간 '가림막'으로 친분 개입 여지 차단
사전 접촉·법 위반 '평가위원' 인천도공 풀서 배제
인천도시공사가 발주 사업 수행 업체를 더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고자 평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연필과 펜으로 작성하던 각종 종이 평가 서류를 전자문서로 전환해 업무 효율과 신뢰를 높일 계획이다. 발표 평가 과정에서 발표자와 평가위원이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가림막을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입찰 참가 업체와 몰래 사전 접촉하거나 법을 위반한 평가위원은 수년간 또는 영구 배제한다. 평가자에게 더욱 명확한 청렴 잣대를 제시한다는 취지다.
◇ 신속한 오류 정정·투명한 정보 공개
10일 인천도시공사(iH)에 따르면 iH는 자체 개발해 시범 운용 중인 '업체 선정 전자 평가시스템'을 올해 말 본격 도입한다.
전자 평가시스템은 평가위원이 수기로 작성하던 평가표와 평가의견서, 각종 서약서 등 7~8종 종이 서류와 서명을 전자문서로 대체한다. 전자 시스템 도입 전 평가 진행요원은 수기로 작성한 서류를 짧은 시간 오류가 없도록 검증했다. 만약 평가 완료 후 오류를 확인하면 평가위원회를 다시 열고 결과를 번복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iH는 전자 평가시스템으로 업체 평가 과정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영택 iH 품질관리팀장은 "평가 자료는 공개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신중하게 작성한다"며 "기존에는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를 평가할 때 연필로 우선 작성하고 볼펜으로 다시 써야 했지만 전자 시스템은 수정이 용이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iH는 전자 평가시스템으로 심사위원을 더욱 공평하게 선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480여 명 기술 심사위원 중 입찰 사업 분야별로 적합한 평가위원을 뽑을 때 미리 후보자 파일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추첨한다. 이때 추첨 전문 소프트웨어로부터 공정한 추첨임을 인정하는 고유 코드를 발급받는다. 추첨 과정은 유튜브 생중계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평가 현장에서 전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내년부터는 심사위원이 어디서든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전자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iH는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 심사위원 섭외가 수월해질 것을 기대했다.
◇ 사적 연결 고리 끊기
iH는 '평가위원 선정 기준'도 개선했다. iH는 입찰 참여 업체의 발표·보조자와 평가위원 간 친분이 심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평가위원회 질의응답 시간에 발표자와 평가위원이 서로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을 설치했다.
지난 8월부터는 발표자나 보조자가 iH를 포함한 다른 기관의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인 경우 평가 장소에 들어올 수 없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민간업체 관계자가 발표자로 빈번하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선경 대한건축사협회 홍보위원장은 "평가자와 발표자 사이 사전 접촉이 없더라도 친분이라는 건 있을 수 있다"며 "평가를 주로 하는 이들 사이에서 나름의 커넥션(관계)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런 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면 가림막 설치가 일차원적인 시점에서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리·부정행위 대응 기준 구체화
iH는 비리·부정행위에 연루된 '평가위원을 제재하는 기준'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평가위원은 부정 청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자진신고 외 별다른 부정행위 적발 방법이 없었다. '부정 청탁 받은 사실이 없다'고 허위 신고하거나 제척 대상자인데도 이를 숨기면 제재하기 어려웠다.
새롭게 개선한 기준은 평가위원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와 사전 접촉을 하고도 자진신고하지 않는 경우 3년간 iH 평가위원 참여를 제한한다. 또 입찰 참여자와 친족이거나 제척·기피 사유가 있는데도 신고하지 않으면 3년간 iH 평가위원 참여를 제한한다. 특히 법률 등 규정에 어긋난 경우 영구히 iH 평가위원 위치에서 배제한다.
이와 함께 iH는 감점을 적용하는 비리·부정행위에 대해 신고 기간 세부 기준을 정했다. 세부 기준은 유형별로 다른데 기본적인 비리·부정행위의 경우 '입찰 공고일부터 평가 결과를 iH 홈페이지에 게시한 후 3일 이내'로 신고 기간을 정했다. 통상적으로 평가위원회 개최 전까지가 신고 기간으로 인식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의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됐다는 게 iH의 설명이다. 낙찰자 결정 후 비리·부정 사실이 드러난 업체에 대해선 iH의 다른 공고에 입찰할 때 감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용어는 그 의미를 명확히 했다. 감점 사항에 대한 해석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iH는 이런 개선 노력의 결과 올해 진행한 총 14건 업체 선정 평가에선 비리·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영택 팀장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