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를 바탕으로 보험시장 혁신을 불러오리라 기대됐던 디지털보험사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디지털보험사들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면서 총 순손실은 800억원을 넘어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36억원(2.8%)증가한 9조3663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디지털보험사들(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신한EZ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보다 약 30% 늘어난 -818억원을 기록해 체면을 잔뜩 구기게 됐다.
이같은 디지털보험사들의 연이은 적자의 원인으로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의 낮은 수익성이 지목된다.
디지털보험사들은 전통적으로 대면 판매 중심의 기존 보험사들과 달리, ICT에 친밀한 MZ세대를 공략했다. 여행자보험, 골프보험 등 담보가 단순하고 보험료가 낮은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빠르게 고객을 모았다.
그러나 고객이 모여도 저렴한 보험료는 쉽게 수익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중심의 판매채널은 아직 시장이 너무 미약해 수익성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며 "디지털보험사들의 흑자 전환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디지털보험사들은 점차 장기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을 주력으로 시작했던 종합보험회사들은 방향을 바꿔 장기보험, 대면판매 등 기존 보험사의 형태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들도 장기보험 상품을 내놓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보험사는 종합보험회사와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나뉜다. 종합보험회사가 전통적인 보험사라면,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현행 보험업법상 전체 계약 건수나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해야 하는 보험사다. 신한EZ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이 종합보험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에 속한다.
디지털보험사로 2020년 출범했던 하나손해보험은 장기보험 판매와 대면영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이제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보험사의 범주에 넣기 어려워졌다"며 "상반기 손해의 상당 부분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에 쓰였고 이를 통해 장기보험 영업채널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EZ손해보험도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신한 이지로운 건강보험과 신한 SOL 주택화재보험 등을 선보인 데 이어 7월에는 신한 이지로운 실손보험 등 디지털보험사 중 처음으로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5월 첫 장기보험인 영유아보험 출시를 시작으로 8월에는 6~15세 초중학생 전용 보험 상품 무배당 초중학생보험을 출시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보장성보험 판매 강화라는 중장기 사업목표를 내걸고 상품군 확대와 이미지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전달에는 간편고지 맞춤건강보험(유병자보험)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