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가격경쟁력 강점…미·중 갈등 반사이익 기대
삼성·SK·롯데·셀트리온, 생산능력 확대·현지화 집중
세계 경제대국 미국에서 국내 식품과 뷰티, 바이오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K(코리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다만 이달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돼 분위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국내는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진격의 K는 멈추지 않고 기회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미국 내 K트렌드를 주도하는 식품·뷰티·바이오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이 K바이오에는 긍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중 갈등 속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한국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짙은 자국우선주의 성향으로 대미(對美)무역 자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K바이오는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 기회를 잡아 글로벌 강자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韓 의약품 최대 수출국은 '미국'
의약품은 국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의약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일 공개한 ‘2024년 수출입동향’에서 식품·화장품 등과 함께 5대 유망 소비재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 의약품 수출규모가 95억9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0%의 신장한 점 등이 반영됐다.
바이오의약품은 의약품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산업 수출실적’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전체 의약품 수출액 68억4700만달러의 60.4%에 달하는 41억3800만달러(+43.8%)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으로의 의약품 수출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미국은 한국기업들에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수출 최대국가이자 핵심국가다. 미국향(向) 2024년 1~3분기 누적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8.3% 증가한 10억9000만달러였다. 의약품 6개 중 1개(15.9% 비중)는 미국시장에 출시·유통된 셈이다.
◇변수 될 美 트럼프 2기 출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국기업들의 미국시장 공략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때 호재와 악재가 모두 상존한다. 우선 의료비 절감을 위한 약가인하 정책은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바이오시밀러·제네릭(이상 복제약)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조사’에서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 중국과 협력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추진돼 미·중 간 바이오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중국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시행될 경우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점쳐진다. 더 이상 미국에서는 중국기업과의 신규계약 체결이 어려워 다른 파트너사를 물색해야 한다. 이때 미국기업들 입장에서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거리 △우수한 품질 △빠른 속도 △높은 가격경쟁력 △뛰어난 생산능력 등의 강점을 갖춘 한국 바이오 기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해당법안을 반대했던 공화당 켄터키주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이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등 실제 입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강(强)달러에 더해 10~20%에 해당하는 보편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현재 의약품은 세계무역기구(WTO) 합의에 따라 무(無)과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일환으로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지 않았던 수출 관련 세금을 납부한다는 건 결국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지 생산기지 구축, M&A…기회창출 발판
한국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2기 출범을 새로운 기회창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추거나 별도의 조직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지 바이오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위탁개발(CDO) R&D센터를, 뉴저지에서 판매법인을 각각 운영 중이다. 또 18만리터(ℓ) 규모의 5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목표대로 올해 4월 5공장 완공 시 전 세계 압도적 1위인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SK바이오팜은 미국법인을 통한 직판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2023년에 인수한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옛 프로테오반트)를 미국 연구기지로 키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분 일부를 보유한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 피나 바이오솔루션스(Fina Biosolutions)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현지 제약바이오 기업 아베오(Aveo)를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2월 미국 뉴욕 동부에 위치한 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사들이며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목표로 해당 캠퍼스에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2030년까지 총 36만리터 규모의 1~3공장을 건설해 확대가 예상되는 CDMO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 판매법인을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신약 영업에 매진 중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하며 미국을 포함한 CDMO 수주경쟁에 도전장을 냈다. 유한양행은 유한USA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사 확보에 나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