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HBM3E 시장 '압도'…삼성, HBM4 준비한다
SK, HBM3E 시장 '압도'…삼성, HBM4 준비한다
  • 이정범 기자
  • 승인 2024.10.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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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8단 이어 12단 세계최초 양산…엔비디아 핵심협력사 등극
삼성전자, 퀄테스트 불발…HBM 어려움 인정 "HBM4 계기 마련 현실적"
SK하이닉스 HBM3E 12단(왼쪽)과 삼성전자 HBM3E 12단. [사진=각사]
SK하이닉스 HBM3E 12단(왼쪽)과 삼성전자 HBM3E 12단. [사진=각사]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맞서 한 발짝 빠른 움직임으로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4 개발에 나선다. 5세대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 8단에 이어 9월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 HBM3E 12단 역시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3E 퀄테스트가 불발되며 6세대 HBM4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며 엔비디아에 납품을 시작했다. 제작 공정에는 반도체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제를 주입하는 어드밴스드 MR-MUF(멀티 레이어 리드 믹스 유니폼 플로우) 기술이 활용됐다. 

이어 지난 9월에는 HBM3E 12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기존 8단 제품 대비 D램 칩이 4개 더 탑재돼 용량은 50% 가량 상승했으나 수직 높이는 동일하게 구현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3GB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었다. 또한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TSV 기술을 활용해 8단 제품과 같은 크기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HBM3E는 엔비디아의 주력 GPU 제품 H200에 탑재되는 중이다. 특히 12단 제품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블렉웰 울트라'에 장착될 예정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고객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고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사진=각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사진=각사]

반면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위해 퀄테스트를 1년 넘게 진행하는 중이지만 아직까지도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자사 제품이 엔비디아 퀄테스트에 통과했다는 보도에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 발표 설명문에서 "HBM3E 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사업화가 지연됐다"며 HBM 사업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퀄테스트 통과가 지속적으로 미뤄지며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테스트에 통과한다 해도 SK하이닉스가 이미 독점한 HBM3E 시장을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6세대 HBM4에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내년 4분기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을 출시 예정인만큼 HBM4 8개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7년 출시 예정인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BM3E에서도 삼성전자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반전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2026년 후반부터 생산되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중심의 HBM4 시장에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jblee9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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