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위기'에 이재용 소환?…번지수 잘못 찾은 국감
[기자수첩] 삼성 '위기'에 이재용 소환?…번지수 잘못 찾은 국감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10.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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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국회 국정감사에 부르자는 행태 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은 국감에서 ‘이재용 회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올 3분기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공개하며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반성문(?)까지 발표한 만큼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반도체 산업 현황과 경영을 진단해보자는 게 이유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산업의 방향성을 설정, 진단하고 부족분을 지원할 순 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전체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이다. 다만 삼성전자 개별 기업의 경영위기를 국감에서 논의하는 것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민간기업 경영에 정치가 관여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 또는 삼성 경영진들을 부른다고 해서 특별한 게 나올까 싶다. 내부적으로 분석한 부진배경, 앞으로의 추진방안 등을 국감에서 과연 발표할 수 있을까. 국감장에선 ‘답변하기 곤란하다’, ‘아직 고심 중이다’ 등 모호한 답변만 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상 기밀누설 또는 경쟁사들에게 약점을 공개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기업을 대표한 인물이 공적인 자리에서 정부의 방향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놓기엔 그 또한 리스크다. 의원들이 유명인을 병풍으로 삼아 국정감사에서 인지도를 올리고 싶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가 한국경제의 위기라면 그 근본구조부터 뜯어 더 건전한 방향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쪽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대담이 좋은 예다. 역대 장관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중국·일본 등 글로벌 각국의 전폭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현황을 언급하며 한국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및 인력 확보’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국회는 무슨 일을 해야 될까. 당연히 ‘입법’을 통한 지원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들로 전폭 지원해야 한다.

지난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공장의 인허가 기간을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수준만 담겼다. 이듬해 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해주는 특별법도 통과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혜택이 미미하고 그마저 올해 말 일몰이다. 이에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계류 중이다. 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도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가 할 일부터 하자.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