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낸드 수요침체 속 고부가 시장 HBM 경쟁서 밀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다시 선두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전분기 왕좌를 탈환했지만 1개 분기만에 역전되는 것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경쟁에서 밀린 영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7% 늘며 사상 최대치를 올렸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4.5% 증가했다. 다만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치(10조원대)엔 미치지 못했다.
세부 사업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부진 탓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 낸드 시장의 수요 침체 속 대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 대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며 “DS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메모리 사업은 서버·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을 4조~5조원대 수준으로 추정했다. 전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대를 올린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대로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1조~2조원 이상의 격차로 앞선다.
올 2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이 6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면에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지만 3개월 만에 왕좌에서 내려오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은 일반 D램보다 3~5배 더 비싼 HBM 시장 선점 덕분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 엔비디아에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했다. 또 최근엔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을 시작, 연내 공급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9월로 예상됐던 ‘HBM3E’ 납품인증이 지연됐다.
삼성전자는 기술경쟁력을 회복하며 재도약에 나설 방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단기적 해결책 보다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개선과제로 꼽았다. 전 부회장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며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