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커제도 제압한 알파고… "완벽을 넘어 아름답다"
'세계 1위' 커제도 제압한 알파고… "완벽을 넘어 아름답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5.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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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극단적인 실리작전을 펼쳤으나 알파고 완승
알파고, 육체·정신 성장… '발상의 전환'도 보여줘
▲ 23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국하는 모습을 애호가들이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벌인 '제2차 세기의 대국'에서 첫판부터 고개를 숙였다.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1차전에서 중국 바둑랭킹 1위로 인정받는 커제 9단에게 289수 만에 백 1집 반승을 거뒀다.

최종 결과는 1집반 차이지만, 바둑 내용은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알파고는 한 번도 흐름을 커제 9단에게 내주지 않으며 완벽히 기선을 제압했다.

흑돌을 집은 커제 9단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듯 초반부터 극단적인 실리 작전을 펼쳤다.

커제 9단은 첫수 소목에 이어 3번째 수를 좌상귀 3·3에 놓고, 5수째도 백의 우하귀 화점 밑에 3·3을 파고드는 등 바둑판의 가로 3선, 세로 3전이 만나는 지점인 3·3을 연속해서 파고들며 초반부터 집을 챙겼다.

하지만 야심차게 밀고 들어오는 커제 9단의 공격에도 알파고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이었다.

알파고는 커제 9단처럼 공격을 하기 보다는 순간 우위를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요소요소 돌을 놓았다.

경기 종반에 접어들자 커제 9단은 도저히 덤을 뽑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 289수까지 가는 집요한 대국 끝에 알파고에 패했다.

이날 경기를 본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작년 3월 서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4대1로 이겼던 때와는 비교도 어려울 정도로 알파고가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벌인 '구글 챌린지 매치'에서 4승 1패로 승리하며 바둑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바 있다.

이세돌 9단과의 경기 이 후 1년 2개월 동안 알파고는 알파고는 더 성장했다. 2016년 말∼2017년 초 인터넷에서 한·중·일 최정상 프로기사들과 60전 전승을 거두며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자랑했다.

특히 알파고는 이날 경기에서 인간은 생각할 수 없었던 '발상의 전환'을 보여줘 더욱 충격을 줬다.

더 발전된 알파고를 대항하기엔 시간도 문제가 아니였다. 제한시간은 이세돌 9단 때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었는데, 커제 9단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를 받아 더 깊이, 많이 생각한 후에 바둑을 둘 수 있었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이영구 9단은 "알파고는 완벽하다. 이세돌 9단과 둘 때는 버그가 조금씩 나오기도 했는데, 오늘 대국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감탄했다.

첫 경기에서 무섭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알파고가 오는 25일 치러질 커제 9단과의 2국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