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부담완화, 재생에너지 타격…수출 다각화 필요
LNG·LPG 선박수출 증가…방산 '자국우선주의'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국 산업계에 우려와 기대가 감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엔 먹구름이 낀 반면 조선분야는 수혜가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린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은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반도체 보호무역주의 및 대중국 규제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시절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관세부과’를 언급했다. 또 반도체 지원법(칩스 액스)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심화로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한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의 대중국 제재에 협조할 경우 중국 생산설비 운영과 대중 수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중 마찰영향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지만 올 9월 기준 29.4%에 달했다.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에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완성차 미국수출 비중은 45.4%, 전기차는 35%로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시킨 IRA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의 원인”이라고 비판하며 폐지 또는 지원축소를 공언했다.
배터리 업계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관세 문제에선 비교적 자유롭지만 주요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수요 약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엑(AMPC) 공제조항이 축소될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 3분기 기준 각각 4483억원,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AMPC를 제외하면 적자다.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만 AMPC 없이도 3분기 12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너지 산업은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해외 발전 프로젝트 감소 및 대미 수출 위축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풍력발전 보조금, 친환경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친환경 보조금이 축소되면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발전 기업뿐 아니라 관련 부품 제조 기업 등도 연쇄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 다만 글로벌 원유 및 천연가스의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화되고 한국 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가 완화돼 생산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들로선 한숨 돌릴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조선 산업은 비용 효율적 에너지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 LNG·LPG 운반선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LNG·LPG 운반선은 화석 연료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올해 1분기에는 한국 조선사들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을 100% 수주한 바 있다.
방위 산업의 경우 한미 방산협력 후퇴 가능성과 세계 각국의 방위비 증액에 따른 수출 증가 등 긍정요인이 공존한다. 우선 ‘바이-아메리칸(Buy-American)’ 기조의 강화에 따라 기존에 진행하던 무기체계 공동 개발 등 방산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동맹 체제가 느슨해지면 각국이 자체적으로 방위비를 증액해 한국 기업의 방산 수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