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쇼트컷] 던킨과 크리스피크림, 팀홀튼…'도넛' 분위기 다잡을까
[박성은의 쇼트컷] 던킨과 크리스피크림, 팀홀튼…'도넛' 분위기 다잡을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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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트렌드 변화에 수제도넛 '노티드·랜디스' 한 풀 꺾이며 적자
대중화 이끈 SPC 던킨, 오너 3세 앞세워 '원더스'로 재도약 모색
롯데GRS 크리스피크림, 저비용 고효율 '도넛 자판기' 접점 확대
한 입 도넛 '팀빗' 加 팀홀튼, 빠르게 매장 늘리며 인지도 제고
던킨의 여러 도넛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던킨의 여러 도넛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베이커리 트렌드가 무척 빠른 분위기다. 코로나19 때 ‘노티드’, ‘랜디스’ 등의 수제도넛이 주도하다가 어느새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수제 베이글로 바뀌었고 지금은 크루아상, 소금빵, 티라미수 등에 대해 관심이 높다. 특히 도넛의 경우 노티드와 랜디스 가게 앞에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으나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실제 이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였는지 한동안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렸던 ‘랜디스도넛 안국점’은 지난달 폐점했다. 랜디스도넛은 굽네치킨 오너가(家)와 연관된 ‘라포르엘’이 운영사다. 이 회사는 작년에 1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노티드도넛 운영사 GFFG도 작년에 약 70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과 1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처럼 수제도넛 바람이 한풀 꺾이는 것과 달리 국내 도넛 대중화를 이끈 SPC의 ‘던킨’과 롯데GRS ‘크리스피크림’은 소비자에게 적극 다가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던킨은 올해 국내 출시 30주년, 크리스피크림은 20주년을 맞았다. 여기에 한 입 도넛 ‘팀빗’의 캐나다 카페 브랜드 ‘팀홀튼’이 빠르게 매장을 늘리면서 경쟁에 불을 댕긴 모습이다. 
 
◇'30살' 던킨, 혁신 키워드는 '원더스' 
던킨은 SPC그룹이 미국의 던킨도너츠 인터내셔널사(社)와 계약을 맺고 1994년 서울 이태원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도넛 대중화를 이끈 브랜드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1815억원 △2022년 2057억원 △2023년 2098억원(이하 비알코리아 감사보고서 기준) 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다만 잘파, MZ세대가 노티드 등 수제도넛에 ‘꽂히면서’ 30년이라는 역사는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로 비쳐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던킨은 올 들어 ‘던킨 원더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원더스(Wonders)는 의미 그대로 던킨 제품과 카테고리, 매장 전반을 모두 프리미엄화한 혁신 프로젝트다. 던킨과 던킨 원더스는 자동차로 따지면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커피로 본다면 스타벅스와 스타벅스 리저브처럼 말이다. 

첫 매장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각되도록 서울 청담에 문을 열었다. ‘던킨 원더스 청담’은 매장에서 직제조한 프리미엄 도넛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또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이색 레시피를 선보이는 ‘AI Lab(에이아이 랩)’ 도넛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던킨 운영사인 비알코리아는 이달 중 기존 특화매장이었던 던킨 라이브 강남과 부산역 라마다점에 원더스 콘셉트를 리뉴얼해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허희수 SPC 부사장이 던킨의 새로운 프리미엄 콘셉트 프로젝트인 ‘원더스(Wonders)’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던킨]
지난 9월 허희수 SPC 부사장이 던킨의 새로운 프리미엄 콘셉트 프로젝트인 ‘원더스(Wonders)’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던킨]

일각에선 던킨 원더스가 3년 전 선보인 던킨 라이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던킨 라이브는 던킨의 ‘뉴웨이브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품·인테리어·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했다. 다만 던킨 원더스는 오너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라이브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SPC그룹 오너 3세인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달 던킨 원더스 론칭 때 공개석상에서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던킨 원더스는 SPC가 80년 가까이 축적한 최고 수준의 식품 R&D(연구개발) 역량과 AI 활용이 만난 혁신 프로젝트”라며 “고객들에게 놀라운 맛과 브랜드 혁신을 보여드리겠다”며 자신했다. 던킨 원더스가 국내 도넛시장에 확실한 ‘놀라움’을 던져줄지는 향후 허 부사장의 행보와도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피크림, 가맹 확장보다 '가성비' 전략
롯데GRS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 역시 던킨처럼 미국의 도넛 체인 브랜드다. 2004년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 유학시절 당시 즐겨 먹었던 도넛으로 알려졌다. 진출 초창기 매장에 ‘핫나우(Hot Now)’라는 불이 켜지면 대표 메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를 무료로 주면서 마케팅과 인지도 면에서 쏠쏠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크리스피크림은 올 들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협업)으로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재밌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집중한 모습이다. 봄 시즌에는 글로벌 젤리 브랜드 ‘하리보’, 여름에는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올 가을에는 견과 브랜드 ‘바프(HBAF)’와 손잡고 이색 도넛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경쟁관계인 던킨이 매달 기획하는 ‘이달의 도넛’과 비교하면 협업 횟수는 적을 순 있으나 나름 빅 브랜드들과 컬래버로 화제성이 높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한강 예빛섬에 국내 진출 20주년을 기념한 팝업스토어 운영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리스피크림의 도넛 자판기. [사진=롯데GRS]
크리스피크림의 도넛 자판기. [사진=롯데GRS]

‘도넛 자판기’ 사업을 본격화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KTX 서울역, 신도림역, 일부 쇼핑몰 등에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를 종종 볼 수 있다. 경쟁사 던킨 대비 적은 매장 수의 크리스피크림이 가맹사업 확장보다는 ‘저투자 고효율’이라는 가성비 전략 차원에서 짜낸 묘수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국내 크리스피크림 매장은 작년 기준 128개로 던킨(690개)의 약 1/5 수준이다. 도넛 생산설비가 구비된 기존의 대형 매장은 주 타깃인 잘파, MZ세대를 겨냥해 체험 등 특화공간으로 리뉴얼하는 대신 도넛 자판기로 고객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여기에 마트, 백화점에 DFD(Delivery Fresh Daily·진열판매) 간이 판매도 늘리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대형 상권과 군부대, 관공서 등에 도넛 자판기 배치를 지속하면서 브랜드 접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팀홀튼, 5년 내 150곳 이상 오픈 목표
캐나다의 국민 카페로 알려진 팀홀튼이 작년 12월 서울 강남에 1호점 ‘신논현점’을 오픈하면서 업계에선 던킨과 크리스피크림이 주도했던 도넛시장에 ‘신선한 균열’이 생길지 관심이 컸다. 팀홀튼은 국내에서 버거 브랜드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BKR)이 사업권을 갖고 있다. 팀홀튼 론칭 당시 5년 내 150곳 이상의 매장 오픈을 목표로 잡았다. 팀홀튼은 10월 기준 총 13곳의 매장을 출점했다. 강남·광화문·여의도 등 대형 오피스상권을 중심으로 서울 10곳, 수도권 3곳이다. 한 달에 1개 점포 이상으로 출점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일단 팀홀튼은 국내 진출 한 달여 만에 도넛류 30만개를 팔아치우면서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 때 1인 도넛 1박스로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팀홀튼은 매장 직제조를 원칙으로 한다. 시그니처 도넛은 캐나다 이미지를 활용한 메이플 딥 도넛과 애플프리터 도넛에 미니 도넛 팀빗이 있다. 지난여름 선보인 허니크룰러도 인기가 많다. 이중 팀빗은 던킨 먼치킨처럼 한 입 도넛으로 먹기 간편하다. 허니크룰러는 한국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출시를 결정했는데 ‘겉바속촉’으로 출시 5일 만에 1만개가 팔리며 화제가 됐다. 팀홀튼은 지난 9월 ‘팝업 성지’로 꼽히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허니 크룰러 팝업을 운영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팀홀튼의 미니 도넛 '팀빗'과 핫샌드위치 '멜트'. [사진=박성은 기자]
팀홀튼의 미니 도넛 '팀빗'과 핫샌드위치 '멜트'. [사진=박성은 기자]

팀홀튼은 최근 핫샌드위치 ‘멜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멜트도 팀홀튼의 또 다른 시그니처다. 일반 샌드위치와 달리 빵부터 속재료까지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는 게 특징이다. 지난여름에 선보인 ‘트러플 머쉬룸 멜트’를 더해 총 8종으로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카페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이른바 ‘카페식(食)’으로 던킨, 크리스피크림과 차별화했다. 팀홀튼의 멜트는 스타벅스 등 타 카페 브랜드처럼 쇼케이스에 진열된 방식이 아닌 주문이 들어오면 메뉴가 조리되는 방식이다. 이는 팀홀튼이 강조한 ‘올웨이즈 프레쉬(Always Fresh)’라는 경영철학과 맞물린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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