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니어도 이유 많다…영화관의 출구 찾기 '분주'
영화 아니어도 이유 많다…영화관의 출구 찾기 '분주'
  • 정지은 기자
  • 승인 2024.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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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 55% 수준…OTT 인기 탓 관객 감소
클라이밍·방탈출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 사활
"초기 투자비용 높지만 반응 좋아 지속 확장할 것"
CGV 피커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모습. [사진=CJ CGV]

영화관이 복합체험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영관이 클라이밍짐, 방탈출 카페로 개조되고 로비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모 중이다.

티켓 가격 인상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행 등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영화관 빅(Big)3는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영화 외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데 사활을 건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OTT에 익숙해진 탓에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관객수와 매출액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올 2월 발간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기준 1억2514만명, 1조2614억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관객수는 55.2%, 매출액은 65.9%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그쳤다.

영화관 빅3는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티켓 가격을 주말 기준 1장당 1만5000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는 되레 관객들의 가격 부담을 초래했다. 또 티켓 1장 가격이면 수십 편의 영화를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OTT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추세다.

빅3는 이에 영화관을 단순히 영화 관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새로운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관객들이 영화관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팝업 등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지난해 말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3%는 향후 팝업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희망 팝업 유형으로는 ‘체험·전시 위주의 콘텐츠형 팝업’ 비중이 63.1%에 달했다.

CGV는 층고가 높은 상영관을 클라이밍짐, 골프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했다. CGV는 지난 2022년 종로 피카디리1958점에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를 처음 선보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여가 시설로 바꾼 첫 사례다. CGV는 좋은 반응을 얻자 구로와 신촌아트레온에 피커스 2·3호점을 열었다. 

CGV는 지난해 골프 스튜디오 ‘THE APPROACH(디 어프로치)’도 오픈했다. 디 어프로치는 약 8m의 층고로 실내에서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디 어프로치에서는 정교하게 설계된 그린과 함께 10명 내외의 레슨 프로가 제공하는 우수한 맞춤형 레슨 콘텐츠 경험이 가능하다.

롯데시네마 랜덤스퀘어 입구. [사진=롯데컬처웍스]

롯데시네마는 기존 상영관을 랜덤스퀘어, 라이브 시네마 등으로 리뉴얼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6월 극장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경험, 놀이, 소통이 가능한 프로젝트 ‘랜덤스퀘어’를 공개했다. 이곳에는 인공지능(AI)이 뇌파를 측정해 각자의 색깔을 찾아주는 ‘랜덤 다이버시티: 더 무비’, AI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측정해 어울리는 향을 찾아주는 ‘랜덤 프래그런스’ 등이 준비됐다. 랜덤스퀘어는 전시마다 예매율 98%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상영관을 작품 세트장처럼 만든 후 관객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 전문 연기자와 역할극 형식으로 탈출 게임을 진행하는 ‘라이브시네마’ 운영 중이다. 라이브시네마는 3~5명 관객이 100분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라이브시네마 체험 가격은 20만원 이상으로 다소 높지만 이색 체험이라는 점에서 이달 말까지 전 회차가 매진될 만큼 인기다.

메가박스 메타그라운드. [사진=메가박스중앙]

메가박스는 라이프스타일과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을 겨냥해 기획한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6월 메타팩토리와 대형 미디어 월에 구현하는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메타그라운드’를 선보였다. 1호점은 메가박스 성수점 5관이다. 메타그라운드는 기존 상영관이 가진 높은 층고를 활용한 높이 6m, 길이 22m의 대형 커브드 미디어 월(Curved Media Wall)과 계단식으로 구성된 4개의 팝업 공간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브랜드 팝업, VIP 행사, 파티, 클래스 등 다양한 형태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업계는 앞으로도 상영관을 활용한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를 늘려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영관을 허물고 새롭게 만들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리뉴얼 후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도 영화관이 영화 관람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love1133994@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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