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다시 커플링의 해\"
“2008년은 다시 커플링의 해\"
  • 신아일보
  • 승인 2007.12.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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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도 글로벌 기업 실적에 악영향
블룸버그 통신 “결국 미국이 문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유발된 미국의 경기 침체 문제가 전세계 경제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한창 화두로 떠올랐던 ‘디커플링'(Decoupling)이 다시 빛을 바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8일 보도했다.
그동안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의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세계 경제가 과거처림 미국 경제 침체에 크게 고통받지 않을 것"이라며 줄곧 ‘디커플링'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골드만삭스가 결국 그동안의 주장에서 벗어나 ‘디커플링' 보다는 ‘커플링'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와 뱅크오브캐나다(BOC)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도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주전까지만해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던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도 결국 경기 둔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급히 선회했다.
◇2008년은 커플링의 해-美 영향 절대적일 것
골드만삭스의 피터 베레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 증가에 따른 신용경색과 달러약세 등 영향이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전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2008년은 다시 커플링의 해(the year of recoulpling)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골드만삭스의 분석 방향이 180도 변화했음을 알렸다.
베레진은 “미국 주택 시장에 한정됐던 충격이 이제는 전세계 충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모니터하고 있는 38개국 가운데 26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전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4.7%에서 4%로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들은 일본과 유럽 경제가 미국보다 오히려 빠른 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유럽과 일본 지역에 많은 위험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시중 대출 금리는 지난 3주간 전세계적으로 크게 인상됐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율 증가에 따른 자산상각액이 700억달러를 돌파한데에도 영향받았다. 이는 전세계 금융 기관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모간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 부문 회장인 스티븐 로치는 “디커플링은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계속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븐 젠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지난주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시중 대출 금리 상승은 대출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투자나 소비에 사용할 자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3개월 유로 대출 금리는 최근 7년래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경제 리서치 책임자인 브라이언 힐리어드는 “서브프라임 위기 초기 영향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강타했지만, 이제 신용경색 상황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도 글로벌 기업 실적에 악영향
달러 약세도 글로벌 경제 우려로 등장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23일 톰 엔더스 최고경영자(CEO)가 달러 가치 하락이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20억유로(30억달러)에 달하는 연구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약달러에 따른 미국을 제외한 지역 기업들의 수출 감소 및 수익 악화는 이미 기업 실적 감소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소비자들도 주택 가치 하락과 에너지 비용 상승 탓에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컨퍼런드보드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소비 둔화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최대 난방장비 판매업체인 울스리(Wolseley)는 지난달 28일 회계연도 1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 매출이 10% 줄어들면서 세전 순익이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치는 “미국 소비자들은 전세계 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형 고릴라"라면서 “그러나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가 나타나면서 전세계 경제가 디커플링 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영란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5.75%에서 5.5%로 0.25%p 하향 조정했다. 2년만의 첫 하향 조정이다. 머빈 킹 총재는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영국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하면서 이미 영국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있음을 시인했다.
뱅크오브캐나다(BOC)도 기준금리를 4.25%로 0.25%p 낮추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동남아시아 경제 연구 책임자인 타이 휘는 “아시아 경제가 미국 소비 침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면서 “미국 소비 감소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내각부는 미국 수요 감소로 일본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 연율 1.5%로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국제 경제 분석 채임자인 알렉스 파텔리스는 “아직 중국과 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의 경제 성장세가 강하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상승세가 아직 종료됐다고 여기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 경제가 내년 4.7% 성장할 것이며, 미국을 제외할 경우 5.6%에 달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세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존 레웰린은 “디커플링은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디커플링이 진짜 실현돼야지만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