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업체-토지주 간 '불신·비방'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내년 3월26일까지 진전 없으면 일반 지구단위계획 적용
서울시 양천구 '신정제일시장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이 특별계획구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두 곳이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중심으로 개발안을 마련해 경쟁하고 있지만 두 곳 모두 사업 대상지 신청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개발 업체와 토지주 간 불신과 비방이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내년 3월26일을 끝으로 특별계획가능구역 효력을 다할 때까지 진전이 없으면 신정제일시장 일대는 일반 지구단위계획을 적용받아 구역 전체 통합 개발이 지금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 복잡해질 셈법
24일 서울 양천구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20년 3월26일 양천구 신정동 1029-29 일대에 토지 면적 7558㎡ 규모 '특별계획가능구역'을 결정했다.
특별계획가능구역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계획 실현이 장기화하거나 바로 구역 지정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설정한다. 구체적인 사업 방안과 추진 계획을 마련해 특별계획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다.
특별계획구역은 창의적 개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거나 계획안을 작성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때 별도 계획안을 만들어 지구단위계획으로 수용, 결정하는 구역이다.
신정동 1029-29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 주변 토지 면적 18만4688㎡ 규모 '신정네거리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 있다. '신정네거리 지구단위계획 민간시행지침'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일(2020년 3월26일)로부터 3년 이내에 특별계획구역 지정 신청이 없는 특별계획가능구역은 최장 2년 효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신정동 1029-29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 효력 기간은 작년 3월26일 자로 기본 3년이 끝났고 이후 2025년 3월26일까지 2년 연장한 상태다. 연장 만료일까지 특별계획구역 지정 신청이 없으면 특별계획가능구역이 해제되고 이후부터는 일반 지구단위계획을 적용받는다.
특별계획가능구역 효력 기간 내에서는 구역 전체를 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만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효력이 풀리면 구역 통합 개발 외에도 개별 필지에서 따로 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개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천구청 지구단위계획팀 관계자는 "(신정동 1029-29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은) 1-1구역과 1-2구역으로 나뉘는데 지금은 1-1구역 또는 1-2구역, 1-1구역 플러스 1-2구역에 대해 사업 신청이 들어올 수 있는데 특별계획가능구역이 해제되면 구역 내 개별 필지에서 신축 신청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려운 숙제 '토지주 동의'
신정동 1029-29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은 연장 기간 포함 총 5년 효력 기간 중 대부분을 흘려보내고 이제 겨우 4개월 정도 남겨뒀지만 특별계획구역 지정, 사업 대상지 선정 신청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작년 2월7일 서울시가 개최한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 선정위원회에서 '미(未) 선정' 결과를 받은 후 진행된 공식적인 행정 절차는 없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다올라이프와 선우건설산업㈜이 각각 역세권 활성화 사업 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토지 면적 3분의2 이상 소유자 동의 등 요건을 맞추지 못한 상태다.
양천구청 지구단위계획팀 관계자는 "(사업 추진 관계자와) 계획안에 대해 협의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신청서를 접수해 진행한 사항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올라이프와 선우건설산업, 일부 토지 소유자는 불신과 비방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다올라이프는 지난 3월 대표이사 이름으로 사업 구역 내 토지 소유자 A씨와 선우건설산업 대표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과 신용 훼손, 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양천경찰서는 장OO 선우건설산업 대표에 대한 고소 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혐의없음)했다. 하지만 토지주 A씨에 대한 고소 건은 명예 훼손과 업무 방해 중 일부 혐의를 인정해 최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이OO 다올라이프 대표는 고소장에 '피고소인들이 수회에 걸쳐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또 '다올라이프의 개발사업이 불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토지주 A씨는 "(다올라이프의) 거짓을 밝힌 것 가지고 '업무 방해했다'고 그러는데 나중에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그게 거짓인지 아닌지는 지주들이 더 잘 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업무 방해는 그 사람들이 더 많이 했고 명예 훼손은 말도 못 한다"며 "저 사람들은 (사업을) 못하면 나가면 그만이지만 저는 지주라서 손해가 크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싸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방해나 명예 훼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A씨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금은 적절치 않고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말을 아꼈다.
◇ 이기재 양천구청장의 공약
신정동 1029-29 일대 특별계획가능구역을 포함한 신정제일시장 일대 토지 면적 8078㎡ 규모 재개발 사업은 이기재 양천구청장의 공약 사항 중 하나다. 이기재 청장은 임기 내에 신정제일시장 일대 사업이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청장 임기는 2022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다.
청장 공약 사항인 만큼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양천구도 적극적으로 행정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관련 신청 자체가 들어오지 않은 현시점에선 구가 할 일이 마땅치 않다. 기본적으로 사유 재산을 다루는 문제기 때문에 개입 여지가 없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정제일시장 일대 재개발 사업 추진 지역에 있는 모든 건축물은 준공 후 30년을 넘겼다. 구역 전체 노후화가 심해 안전·미관상 문제가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신정제일시장 건물(신정동 1030-6)은 양천구의 손길이 미치지만 무등록 시장인 신정1동골목시장은 구의 관리를 받기도 어렵다.
양천구청 시장지원팀 관계자는 "저희는 건물형 시장 건물 하나에 대해 민원 처리한다든지 공사라든지 지원을 한다"며 "제일시장이 적혀 있다고 다 같은 게 아니고 우리가 관리하는 시장은 등록된 건물 하나고 그 주변은 (정식 시장이 아니라) 상점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