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남권 토허구역 대거 지정에도 전문가 "집값 안 내릴 것"
용산·강남권 토허구역 대거 지정에도 전문가 "집값 안 내릴 것"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5.03.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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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시, 최근 가격 급등세 잡으려 '정책 방향 선회'
한시적 규제 특성·매물 희소성 등 매매가 하락 억제 요소
서울시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건설 현장. (사진=신아일보DB)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구와 강남 3구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대거 지정했다. 지난달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으로 급등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한 달여 만에 정책을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등 선호 지역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여전하고 정책이 한시적 특성이 있는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만으로 높아진 가격을 다시 낮추는 건 무리라고 봤다.

23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지난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부동산 관계기관들은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 전체를 이달 24일부터 9월30일까지 약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 지정돼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난달 해제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5% 올랐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매주 상승 폭을 키웠다.

정부가 서울 주요 지역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만으로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봤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9월까지 한시적이라는 점과 강남 등 선호 지역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여전한 만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의견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9월30일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서울 분양 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준공 물량 감소 등이 이어질 경우 강남권 등 지역의 매매가격 하향 조정을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등포나 마포 등 일대로 갭투자 수요가 우회하는 풍선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 지역도 집값 불안 양상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어 풍선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거래량이 줄어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출 규제 등 구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여전한 만큼 시장 가격 향방이 단순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건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식으로 보면 안 된다"며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엽적인 사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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