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 미쳐… 0.1%p 상승"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5% 넘게 하락했다. 이는 주요 통화 중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하락세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으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는 데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원화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이후 1400원대 중후반에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안정 위기감이 고조된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크게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를 기록했다.
이는 20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아직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이다.
같은 기간 루블·달러 환율은 10.65루블에서 113.7루블로 올랐다. 가치 절하율은 원화보다 1.1%포인트(p) 큰 -6.4%에 달한다.
하지만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 통화인 △ 유럽연합(EU) 유로화 -2.1% △일본 엔화 -4.7% △영국 파운드화 -1.7% △캐나다 달러화 -2.6% △스웨덴 크로나화 -1.6% △스위스 프랑화 -2.9%는 모두 원화보다 크게 양호했다.
주요 통화를 세계은행 기준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로 넓혀보더라도 원화 절하율은 상당히 큰 편이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중국 위안화 -0.8% △인도 루피화 -1.3% △브라질 헤알화 -3.3% △멕시코 페소화 -2.2% △호주 달러화 -4.4%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1.8% △튀르키예 리라화 -1.9% 등이었다.
한은은 이같은 환율 급등이 이미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해 "모형 추정 결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p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전월(1.5%)보다 0.4%p 높아졌다.
한은은 이어 "(환율 상승이) 이후에도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고환율 등으로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낮은 수요 압력, 유가·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원·달러 환율이 러시아 수준으로 크게 절하돼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과중한 상황"으로 "극심한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국정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권이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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