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지친 국민들…"개혁 필요하지만 수정·보류해야"
의정 갈등에 지친 국민들…"개혁 필요하지만 수정·보류해야"
  • 노진규 기자
  • 승인 2025.01.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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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여론조사…국민 58% "의사 수 부족"
국민 70% "의정 갈등에 피로감"…57% "정부 소통 부족"
'개혁안 수정·보류' 45.4%, '전면 무효화' 9.9%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대다수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지난달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는 '의사 인력의 지역과 진료과별 배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한국의 의사 수에 대해서는 과반인 57.7%가 '모자란다고 생각했다'고 답했고, '적정하다'는 26.9%, '생각해 본 적 없다·의견 없다' 8.9%, '적정 수준 초과한다' 6.5%였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린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0%가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7.2%는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정부안에 동의한다'고 밝혔고, 34.8%는 시기와 규모 중 하나만 동의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인 ▲의료인력 확충(61.0%) ▲공정보상(63.3%)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69.0%) ▲지역의료 강화(76.3%)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모두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 '의료 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는 응답은 45.4%, '의료개혁은 지속해야 한다'는 37.7%였다. '전면 무효화·백지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0.0%나 됐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엔 88.0%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일반 국민과 환자는 의정 갈등에서 소외되기 쉽다'(75.1%),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74.5%)고 답해 의정 갈등을 바라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57.5%는 '정부가 정책과 갈등 상황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의대 증원 정책 시행의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개혁은 필요하나 정부 개혁안의 수정 내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설계한 유명순 교수는 "정부와 의사 단체 중 어느 쪽도 국민과 환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믿음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과 환자의 정책 참여와 권한을 높이는 노력이 의료개혁 정책 성공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jk.ro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