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간 대립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0월30일 제출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13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지 1주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주주와 시장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373만주를 신규 발행해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고 공시했지만 투자자들은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번 유상증자 철회에는 영풍·MBK와 경영권 갈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사주 매수 직후의 유상증자 결정이 기존 주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해석되면서 금융당국도 정정 요청을 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장내 매수를 통해 39.8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맞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정된다. 연말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지분 대결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주주들에게 장기적 비전을 강조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대응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영풍·MBK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경시한 채 추진된 유상증자가 큰 혼란과 기존 주주에 피해를 입혔다"며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훼손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정상화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투명하고 견고한 지배구조를 신속히 확립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