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경제포럼 2024] "제조업 중심 한국, 주 4일제는 시기상조"
[신아경제포럼 2024] "제조업 중심 한국, 주 4일제는 시기상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11.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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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교수 "점진적 도입 필요, 정부·기업 기반 마련 선행돼야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열린 '신아경제포럼(SAFE: Shin A Forum on Economy) 2024'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열린 '신아경제포럼(SAFE: Shin A Forum on Economy) 2024'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생산성 제고 노력 없는 추세적 주4일제는 시기상조입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노동 생산성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생산성 제고를 바탕으로 단계적 주4일제 도입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금융과 서비스, 관광 등 국가 경쟁력을 고루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열린 '신아경제포럼(SAFE: Shin A Forum on Economy) 2024'에서 김 교수는 '주4일 근무제의 현주소'에 대해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 생산성 바탕 돼야"

최근 미국·독일 등 주요국은 물론 우리나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도 시험적 주4일제 도입을 시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과 인구학적 요인 등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적 변화에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다만 한국의 주4일제 도입은 생산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로 생산성을 기준으로 OECD 37개국 중 33위, 우리나라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그리스, 칠레뿐"이라며 "주4일제를 도입하면 제조업 중심 한국 경쟁력은 어려워지게 돼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개선이 자칫 국가의 노동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4일제 도입과 생산성 하락 인과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국 자율성 연구소와 아이슬란드 지속가능성 민주주의 협회 공동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 86%가 주4일제를 포함한 근로 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경우 2006~2015년 평균 경제 성장률은 2%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5%로 유럽 선진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국내의 경우 주 4일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간호사 퇴사율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내와 해외는 노동환경에 차이가 있다"며 "회의를 거의 하지 않고, 안건은 이메일로 주고받는 등 완전 집중 근로가 가능해야 하는데 국내는 근무 중 개인적으로 은행, 병원 등 개인 용무가 다 용인이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 요양병원에서도 주4일제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추가적인 고용 없는 무리한 시행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실시해 온 재택근무(주2일)를 완전히 없애고 내년 1월2일부터 사무실 주5일 근무를 추진한다.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 또한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까지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되 일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오피스 퍼스트 제도를 시행하던 카카오는 올해 초부터 전면 사무실 출근제로 바꾼 바 있다.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우려는 생산성뿐만 아니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제조업 기피 등 노동 시장 양극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남녀 84%는 주4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급여 100% 유지가 전제"라며 "다만 이는 경기 부진 등 기업 적자 상황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경제 용어는 '9988'"이라며 "이는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88%는 중소기업 근로자'라는 의미인데 4대 은행 올해 3분기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43%로 전년 대비 0.12%포인트(p) 뛰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주4일제 등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제조업 기피 현상 등 인력 불균형 문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근로 시간 단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은 생산성 유지고, 노동자는 임금 100%"라며 "주4일제 도입과 관련한 충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조업은 기피하고 서비스업에는 사람이 몰리는 등 앞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여·생산성·근로 시간 합의가 관건

김 교수는 무조건 주4일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주4일제 등 근로 시간 단축은 시대적 요구인 만큼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주 4일제에 대한 선행 요건은 세 가지"라며 "급여가 100% 동일할 것, 생산성이 동일할 것, 근로 시간 20% 감축이다. 이 세 가지 요건만 맞으면 주4일제, 32시간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 아랍 등 해외 정부와 기업들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 4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내부 회의는 5분, 고객 회의는 30분, 근로 시간 업무 집중화 등 생산성 제고 노력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혁신 기업들도 주 4일 근무라는 세계적인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금융업과 서비스업 등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업종부터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조업 수출액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9위권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제조업에서는 근로 시간이 줄면 동일 품질 생산을 위해 많은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며 "제조업의 생산비 증가와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법인세 등 세제 혜택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국가 경쟁력"이라며 "핀테크 중소기업 육성은 물론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경우 회의를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올리고 언택트 산업, 모바일 중심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OECD 평균인 22%보다 더 높다.

또 해외에서는 첨단산업의 핵심,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근무시간 규제를 두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이제야 첨단산업 핵심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추진을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처음 시행할 때 기업들은 생산성 하락과 경쟁력 추락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생산성 제고를 통한 단계적 주4일제 도입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금융과 서비스, 관광 등 국가 경쟁력을 고루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