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13일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자 울산 지역 시인들이 반색을 표했다.
시인 박종해 전 울산예총 회장은 “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의 전통적인 형식으로 노래한 작품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모든 문학이 자기의 전통적인 기반 위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본적 자세가 서구 모방주의가 팽팽하던 1920년대 소월에 의해 경고되고 되찾아지게 된 것”이라고 먼저 운을 뗐다.
이어 박 시인은 “소월의 시가 불멸의 가치를 한국의 시에 불어 넣고 소박한 민요로 읊조리던 우리의 심성을 되살려 제 자리를 찾게 한 것은 우리 문학사에 끼친 그의 지대한 공로일 것”이라며 “시집 진달래꽃이 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예고 되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은 시인 김소월이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으로, 1925년 매문사(賣文社)에서 간행했다.
짧은 문단생활 동안 150여 편의 시를 남긴 소월은 토속적·전통적 정서를 절제된 가락 속에 담은 서정시인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식민치하의 암담한 현실을 표현한 민족시인으로 변화했다.
시집 ‘진달래꽃’은 소월의 사후에도 수많은 출판사들에 의해 발간됐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집에는 고대 시가인 ‘가시리’와 ‘아리랑’의 맥을 잇는 이별가의 백미인 ‘진달래꽃’을 비롯해 ‘먼후일’,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등 우리 민족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수록돼 있다.
1925년 12월26일 매문사에서 간행한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은 총판매소에 따라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본과 ‘중앙서림’ 총판본 두 가지의 형태로 간행됐다.
두 판본은 간행시기와 본문 내용은 일치하나 겉표지(꽃그림의 유무 등)와 속표지가 다르고,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본의 한글 표기상 오류가 중앙서림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등록 예고되는 유물은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본 3점(배재학당역사박물관 1, 개인 소장 2), 중앙서림 총판본 1점(개인 소장)으로, 소월이 1923년에 배재학당(배재고등보통학교)을 졸업했다는 점, 도서의 전체적인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점 등을 고려해 등록 예고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소유자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로 공식 등록할 계획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