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기자수첩] 이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 권이민수 기자
  • 승인 2025.01.1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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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편안이 드디어 공개됐다. 

실손보험은 수년째 보험업계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 과잉 진료로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급증이 심각한 수준이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는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이 필요했던 이유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지나며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던 터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뭐든 까봐야(?) 실상을 안다고 했던가. 

개편안은 보험금 누수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던 비급여 항목뿐만 아니라 급여 항목까지 조정하고, 보험소비자 부담이 최대 95%로 늘면서 '과도하다'는 비판을 보험업계 안팎에서 받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가 공개한 실손보험 개편안에 따르면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은 관리급여로 지정되면서 진료비가 통일되고 건강보험 체계에서 관리받게 된다. 

또 '병행 진료 급여 제한'이 실시돼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비급여와 급여 치료를 받는 경우 급여 치료비까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예정이다. 

실손보험도 보장이 크게 축소된다. 비급여와 급여 항목 모두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비중증은 보장한도를 낮추고 자기부담률이 높아질 계획이다. 

이같은 실손보험 개편 방향을 두고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는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봉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문제가 있는 부분만 수정해야 하는 데 너무 극단적인 개편안"이라며 "국민을 위한 개편이 아닌 정부의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한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실질적으로 상품을 잘못 만든 책임을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격”이라며 “소비자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안은 보험업계조차 맘 편히 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자기부담률이 너무 높아 가입을 꺼리게 되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민간보험인 실손보험이 맡게 한 것이다. 이에 실손보험이 가지는 '공공성'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비급여 과잉 진료 등으로 목적이 다소 퇴색되기도 했지만, 실손보험이 있어 많은 소비자는 안심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모두가 바란 개편은 보험금 누수의 원인을 잡고 실손보험이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보장은 줄이고 부담은 높이면서 실손보험이 가진 공공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비급여는 틀어막고 중증·비중증이라는

간단한 카테고리로 나누는 등 너무 단순무식하게 개편시키는 바람에 환자의 선택권은 막혀버렸다.

이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실손보험이 제 자리를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계, 보험업계,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실손보험 관련된 이들을 모아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소 느리더라도 분류를 더 세분화하고 하나하나 따져가야 제대로 된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minsoo@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