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친환경 전환 못하면, 대기업도 규제 피하기 어려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구조 변화를 대비한 핵심과제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녹색경제를 위한 경영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한데, 중소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녹색금융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 본관에서 열린 '제1회 녹색금융 국제콘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구조 변화(뉴노멀)에 대비해야 하는데, 기후변화 대응도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기후재해로 약 40억명이 영향을 받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3400조원에 달했다.
이처럼 기후재해가 현실화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수록 재난위기와 함께 보건위기가 일상을 위협할 것이란 판단이다.
여기에 한국은 지난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이 2.3%에 그쳐 이탈리아(19.4%), 독일(16.4%), 영국(13.9%), 프랑스(11.8%), 미국(8.5%), 일본(6.8%) 등 글로벌 주요 국가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 총재는 "이런 에너지 구조로 인해 수출기업에는 저탄소 경제 전환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영패러다임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글로벌 IT 기업들의 RE100 캠페인과 함께 블랙록이나 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환경 저해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 위기가 준비된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새로운 성장과 발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이 총재는 "전력 사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 제공업체인 미국의 오파워와 이산화탄소를 고체 탄소로 바꿔 판매하는 스위스 클라임 웍스 등 글로벌 기후 벤처기업들의 급성장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투자자금이 2021년 450억달러로 2년 사이 3배 성장했고, 환경과 에너지, 농식품, 지리관측 등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상용화하고 있어 IT 기술로 무장한 한국 젊은 세대에게 도전해 볼 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중소기업이 친환경으로 공정전환을 순조롭게 이루지 못하면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되는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관련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녹색금융 지원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자체적으로 녹색 채권 발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이런 현실을 고려해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장 조성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의 전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아 증권화하고, 이 과정에서 녹색금융의 국제적 기준에 맞는 채권을 발행해 중소기업이 녹색금융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 4월 수립된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 성장동력 확충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녹색금융의 역할 및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한은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개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금융지원 강화 흐름에 맞춰 모험자본(VC)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친환경사업으로의 투자유도를 위한 민간금융 역할 등이 논의됐다.
또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에서 기후위기를 신산업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기후테크 육성, 금융과 탄소배출 시장의 연계 방안, 기후 스타트업 지원방안, 탄소중립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등 한국 환경이 특화된 녹색 금융지원 전략 등도 함께 다뤄졌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