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시간제근로자 '청년층' 가장 많이 늘어
최근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증가 속도가 임금근로자 증가 속도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간제근로를 택한 이들이다. 고용의 질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결과 2022년 기준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102만명으로 10년 간 22만7000명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5%로 전체 임금근로자 증가율(1.4%)보다 1.8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이 2012년 28만7000명에서 2022년 47만명으로 연평균 5%씩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청년층(15~29세)은 22만7000명에서 29만명으로 연평균 2.5%씩 증가했고 △30대는 9만7000명에서 10만4000명으로 연평균 0.7%씩 올랐다. 반면 △40대는 18만2000명에서 15만6000명으로 연평균 1.6%씩 감소했다.
한경연은 “청년층은 얼어붙은 채용시장, 고령층은 휴‧폐업, 권고사직 등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시간제근로를 택하게 된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의 사유별 비중을 살펴보면 60.8%는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 일자리를 구한 ‘생계형’ 근로자로 나타났다. 이어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17.2%)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어서(3.4%) △육아‧가사 등 병행(5.5%)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증가폭을 보면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2012년 9.4%에서 2022년 17.2%로 7.8%p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어서가 2.6%에서 3.4%로 0.8%p 늘었다. 반면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 △육아‧가사 병행은 각각 0.1%p(60.9%→ 60.8%), 1.4%p(6.9%→ 5.5%)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생계형 시간제근로자 추이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청년층(15~29세)이다. 2012년 7만1000명에서 2022년 13만4000명으로 연평균 6.6% 늘었다. 이어 △50대 이상이 23만4000명에서 36만1000명으로 연평균 4.4%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생계형 시간제근로자가 줄어든 △30대(연평균 -1.7%) △40대(연평균 -4.4%)와 대조를 이뤘다.
한경연은 “10년간 청년층 생계형 시간제근로자 증가 속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전체 시간제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한국이 43.1%로, 조사대상 OECD 30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30개국 평균(29.1%)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지난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증가세가 임금근로자보다 더 가팔랐다는 것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활력 제고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