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기업 최대 2조원에 7조원 부채까지 떠안아야…부담 가중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11조4000억원인 재계 28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핵심계열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이슈가 한창이다.
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배경으로 국내 항공수요 둔화와 화물 업황 부진,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용증가가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으로 자회사 실적 부진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그룹은 올해부터 바뀐 비행 운용리스 회계처리 기준과 이자 비용, 외화 환산손실로 적자는 커졌다고 부연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이를 책임지고 지난 3월 그룹 회장직과 핵심 계열사 내 지위에서 물러났다. 이후 3세 경영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그룹의 재계 순위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현재 28위에서 60위권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연말까지 새 주인 찾는다” 매각 의지 확고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과 이하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이 핵심 계열사로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IDT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통매각’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덩치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고속의 최대주주는 박삼구 전 회장으로, 지분율은 31.1%다. 이어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각각 21%, 7.1%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70%에 육박한다.
또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0%을 보유한 최대주주며, 금호산업은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1.05%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에 대해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대부분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떠오른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은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인수자는 7조원 이상의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금호산업은 지난 7월25일 매각 주간사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연말까지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은 오는 9월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인수협상대상 후보군을 추리는 예비입찰을 마친 후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룹의 3세 경영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자리에 오르진 않았지만, 이번 매각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에 전면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한공 매각 이슈와 관련해 “여러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곳을 통해 매각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고, 사적으로 직접 연락이 온 곳도 있었다”며 “원론적인 얘기만 나눴고, 앞으로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매각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순조롭게 성사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이라며 “매수 의향자와 터놓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특히 “그룹과 특수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이번 매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공법상 해외투자자들은 인수가 제한되며, (세간의 우려만큼) 아시아나항공은 문제가 있는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매각은 정상적인 영업과 재무활동을 배경으로 한 사적인 딜(거래)”이라며 “대주주가 매각을 주도하는 게 아닌 금호산업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사장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독단적인 매각 진행이 아닌,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진행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독단적인 매각이 아닌, 산업은행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고, 미흡한 점은 소통을 하면서 풀어나가겠다”며 “아시아나IDT나 에어부산 등 계열사를 포함한 통매각이 원칙이며, 다른 옵션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안정적인 고용승계도 약속했다. 박 사장은 “매수자는 중장기적인 생각으로 뛰어들 것이며, 노사 모두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매각 이후 기업이 나갈 방향을 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나나 3월28일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사태에 대해 그룹 수장으로써 책임지고, 회장직과 핵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인수한다” 애경 외 후보기업 눈치경쟁 한창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판에 오르면서 인수 후보기업들의 눈치경쟁도 한창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르면 연내 마무리돼 새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업계는 현재 인수희망 의사를 밝힌 애경그룹을 비롯해 SK, 한화, CJ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3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 중인 박철환 금호석화 상무를 중심으로 재무적투자자(FI)와의 협력을 통한 인수전 참여가 회자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과거 (금호석유화학과) 계열 분리 당시 약속도 있고, 시장에서 억측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채권단과 합의해 매각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못 박았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두고 최근 국내 항공사들의 업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는 이를 우려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회사를 묶어 파는 ‘통매각’ 방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인수기업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개별 방식으로 쪼개서 매각하면 인수자들의 부담은 줄어들고, 대형항공사와 LCC를 상황에 맞춰 인수할 수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악재가 겪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흥행은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면 반전을 거듭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면까지 다각도로 분석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다음 편에서 KT&G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