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전폭적인 지원 속 현장경험 풍부한 CEO 선임, 최대규모 투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산총액 16조3000억원으로, 기업 순위 20위에 오른 에쓰오일(S-OIL)은 석유사업을 넘어 화학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복합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하고, 석유화학의 새 시대를 예고했다.
에쓰-오일은 한국 정유·석유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면서 미래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석유화학 하류부문 진출을 본격화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에 7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안정적인 지분구조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서 이미지 제고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아람코의 자회사인 ‘Aramco Overseas Company B.V.(A.O.C.B.V)’으로, 지분율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61.52%다. A.O.C.B.V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63.46%까지 올라간다.
에쓰-오일은 이외 국민연금이 6.07%의 지분을 보유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의 지위를 가졌고, 나머지 약 30%의 지분은 소액주주가 나눠 가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계열사인 에쓰-오일 토탈윤활유와 동북화학에 대해 각각 50%,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안정적인 장기원유공급을 보장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수준의 중질유분해탈황 시설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질유분해탈황 시설은 단순 제조업으로만 인식돼온 국내 정유 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계기가 된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또 에쓰-오일은 내수 산업으로 인식돼온 국내 정유산업의 기존 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해 가동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 결과, 수출과 내수의 조화를 이뤄 국내외 영업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은 최신 정유 기술을 적용한 잔사유 고도화시설 상업 가동 이후 증가된 휘발유 생산분은 정유제품 수출 증대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특히 국내외로 강화되고 있는 석유제품 품질규격 추세에 대응해 환경 친화적인 고품질 석유제품 공급을 선도하면서 해외 거래처를 상대로 제품 이미지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완성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전폭적인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석유에서 화학으로’ 생태계를 본격 확장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최첨단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가동하고 저부가가치의 잔사유(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 이를 다시 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연산 40만5000톤), 산화프로필렌(연산 30만톤)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원유정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찌꺼기 기름과 잔사유를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정유사업을 넘어 석유화학으로 생태계를 넓혀 셰일가스 등 비전통 원료에 기반한 석유화학 시설에 맞선 셈이다.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내장재, 단열재, 폴리우레탄 등을 만드는 우레탄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제품이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26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His Royal Highness Prince Mohammed bin Salman Al-Saud, Crown Prince, Deputy Prime Minister, Minister of Defense of Saudi Arabia)가 참석한 가운데 ‘복합석유화학 시설’의 준공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 투자로 화제를 모은 이번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에쓰-오일의 단독 대주주가 된 이후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첫 사업으로 한-사우디 양국간의 경제협력 면에서도 크게 주목 받았다.
잔사유고도화시설(RUC)은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신규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핵심사업인 정유·윤활·석유화학 분야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존경받는 에너지 화학 기업’이라는 비전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신규 고도화시설 완공 이후 고도화 비율은 기존 22.1%에서 33.8%로 증가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특히 고온의 촉매반응을 통해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한 핵심 설비인 잔사유 분해시설(HS-FCC)은 아람코와 킹파드 석유광물대학교가 주도해 JX닛폰(JX Nippon), 악센(Axens)사 등과 개발한 신기술이며, 세계 처음으로 대규모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합석유화학의 또 다른 축인 올레핀 하류시설(ODC)은 잔사유 분해시설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투입해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RUC·ODC 프로젝트를 통해 벙커-C, 아스팔트 등 원유보다 값싼 가격에 판매되는 중질유 제품 비중을 종전 12%에서 4%대로 대폭 낮춘 반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은 오는 2020년 1월 시행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함량 규제 강화 등 저유황 석유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때에 선제적으로 최첨단 잔사유 탈황시설을 가동해 고유황 중질유 비중을 70% 이상 줄여나가면서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도 크게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장을 세울 땅이 부족했고, 글로벌 유가 글락 등 수차례의 큰 시련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한 결과물이다.
에쓰-오일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울산지사 부지를 매입해 본격적인 공장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석유공사는 부지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해 숙원 사업인 지하 비축기지 건설을 추진하게 돼 기업 간 상생의 모범 사례로도 화제가 됐다.
또 2014년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원유가가 불과 3개월 동안 70달러 선으로 하락하자 전 세계 대부분의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일제히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을 떠안으며 사상 초유의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에쓰-오일은 불황이 투자 최적 시점임을 확신하고, 임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프로젝트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대주주인 아람코도 에쓰-오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관계자는 “석유화학 비중이 지난해 8%에서 13%로 확대돼 핵심사업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실현했고, 올레핀 제품이 종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37%를 차지하게 돼 파라자일렌(46%), 벤젠(17%)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부연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지각변동 예고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RUC·ODC 프로젝트를 잇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인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양사는 오는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투자인 SC&D(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아람코가 개발한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기술의 도입 등 폭넓은 영역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이에 따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해 석유에서 화학으로(Oil to Chemical) 지평을 넓히는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는 발판을 확대한 셈이다.
에쓰-오일의 SC&D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로 구성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아람코는 스팀크래커 운영 경험,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정과 제품의 연구개발(R&D) 전문지식과 판매 역량을 바탕으로 에쓰-오일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또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신기술과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경험을 활용해 아람코의 신기술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는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잇단 가시화하며 아로마틱, 올레핀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일대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현장 전문가 CEO에…성장전략 가속 기대
에쓰-오일은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과 함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이틀 전 임시주주총회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된 후세인 에이 알-카타니(Hussain A. Al-Qahtani, 52)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알-카타니 CEO는 2016년부터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의 자회사 사우디 아람코 쉘 정유회사(SASREF) 대표이사를 맡아 글로벌 에너지 석유화학 산업의 전략적 성장과 개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영활동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알-카타니 CEO는 사우디 킹파드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의 경영대학원인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최고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우디 아람코에서 29년 간 근무하면서 생산,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문성과 경영인으로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사우디 아람코 얀부 정유공장매니저를 거쳐 공정제어시스템 총괄과 국내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관리 디렉터를 지내며 자산과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 이전, 연구개발, 설비 계획 등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알-카타니 CEO는 30년 가까이 석유화학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기 때문에 전문 지식과 경험이 매우 풍부하다”며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대비해 석유화학 확장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전략적 성장과 우수한 성과를 이끌어낼 탁월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다음 편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