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하지 않은 시장 환경에서 핵심 ‘중공업’ 건재, 미래 경쟁력 제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2분기 기준 총자산 28조5000억원인 재계 15위 두산그룹은 사업지주사인 (주)두산(이하 두산)을 중심으로 그룹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그룹은 건설기계, 엔진, 발전설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건재하고 건설, 로봇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시장 선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글로벌 1위의 인산염 연료전지(PAFC) 발전사업자다.
최근 그룹의 새로운 총수(동일인)로 이름을 올린 4세 경영 박정원 회장의 오너십이 빚어낼 결과에도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안정적인 지분율…시장 환경 빠른 대응
두산그룹은 지주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의 최대주주는 박정원 회장으로, 현재 지분율은 7.4%(이하 보통주 기준)다.
박 회장은 올해 3월 타계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보유지분 1.6% 중 절반인 0.8%를 취득한 이후 92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이중 0.7%를 매각했다.
두산은 또 두산연강재단이 3.09%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서른 명의 친인척이 약 40%의 지분율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 친인척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두산 내 지분율은 50%를 넘는다. 이외 두산은 국민연금공단이 6.07%의 지분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두산은 이하 두산중공업에 대해 33.79%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연료전지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두산베어스, 특수목적용 기계제조 업체 두산메카텍, 산업용 로봇 제조사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율은 100%다.
이외 경제연구소 디엘아이와, 광고대행업 오리콤, 펀드운용사 네오플럭스에 각각 41.9%, 63.4%, 96.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간지주사격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3%를 가지고 있고, 두산건설의 지분율은 73.39%다.
이러한 가운데, 그룹은 전략적인 계열사 정리해 효율성을 제고했다. 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두산엔진 사업부문을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서 결성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했다.
그룹은 또 부동산 개발업체 두산에이엠씨도 청산했다. 두산에이엠씨는 2016년 약 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 17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서 정리하고 계열에서 제외했다.
이외 그룹은 두타몰을 면세사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해 두산에 흡수합병 하고 계열에서 제외했고, 특수목적회사(SPC) 퓨처에너지인프라도 두산중공업 개발 프로젝트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지분을 매각했다.
한편 그룹은 두산 계열 PEF 운용사 네오플럭스가 결정한 블라인드 펀드 네오플럭스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신규로 계열 편입했다.
◇탈원전 직격탄에도 위기대응 능력 강화
그룹은 두산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시장 불황과 정부의 ‘탈원전’이란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중공업은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9조534억원인 수주액은 2017년 5조510억원, 2018년 4조6441억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적자 상태인 두산건설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커졌다.
다만,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주력 계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아직까지 건재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7년 순매출 5조632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순매출은 5조4526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그룹 내 순매출 비중도 32.03%에서 29.71%로 떨어졌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76억원에서 2031억원으로 늘었고, 그룹 내 비중도 14.63%에서 15.98%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 2017년 6조5072억원의 순매출과 66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6668억원, 8481억원을 기록해 그룹 내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37.00%에서 41.78%, 51.54%에서 66.70%로 크게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그룹은 연료전지 사업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은 연료전지 사업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흑자전환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연료전지는 LNG나 BIO가스 등의 연료를 연소하지 않고 개질에 의해 생성되는 수소연료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사업이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온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연간 가동률은 높은 반면 설치면적이 작아 에너지 밀도도 높다.
특히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독립적인 전력망을 갖춰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전력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두산은 지난 2014년 미국 연료전지 제조사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 1위의 인산염 연료전지 발선사업자로 우뚝 섰다.
클리어엣지파워는 미국서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UTC파워’를 인수한 뒤 경영이 어려워졌고, 2014년 5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특히 두산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기반으로 연료전지 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중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는 2018년 307.6메가와트(MW)에서 오는 2022년 1.5기가와트(GW)로 증가하고, 2040년엔 누적 기준 15GW가 될 전망이다.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 출범 2년째 누적 수주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두산은 2017년 5월 전라북도 익산시에 1만744제곱미터(㎡)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준공해 연간 발전용 440킬로와트(kW) 제품을 최대 144대, 총 63MW를 생산할 수 있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은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인 ‘스택’을 포함해 ‘연료전지 시스템’ 전제를 만든다.
두산에 따르면 연료전지 시스템 크기는 6미터(m)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1개 크기로, 1개의 용량은 440kW다.
두산은 발전과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을 하면서 쌓은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 모바일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2016년 12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설립했고, 2년의 연구 끝에 지난해 9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 전시회에서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도 선보였다.
두산은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을 통해 태양광·풍력 발전소 설비와 임업 병해충, 산불 모니터링, 장거리 긴급 물품 운반, 도로 교통·항만 조사 등 인프라 관리과 건설·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360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은 오는 10월 연료전지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두산퓨얼셀’로 재상장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