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 실태 전반을 검사하는 특별 현장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간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고금리 영업에만 치중했던 행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이지만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행태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사실 의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저축은행의 고리대금업이 성행했고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지만 저축은행의 고리대금업은 마냥 꿋꿋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저축은행 대출모집인(이하 모집인)들의 부당한 영업 관행 몇 가지를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번 현장검사에서도 모집인들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집인들의 문제는 본지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지적해 왔던 문제로써 ‘약탈적 대출’의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다.
저축은행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을 고금리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가장 전형적이다.
금감원의 지난 2일 발표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이 ‘대출갈아 태우기’이다. 모집인들이 A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소비자에게 수개월 후 B저축은행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해서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행태인데 저축은행을 갈아탄 소비자는 더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집인 수수료 등의 비용 때문에 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전북 군산에서 취업준비생 10여명의 대출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사기범들이 취업준비생들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 모집인을 통해 여러 개의 저축은행으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의 대출을 받아 도주했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붙잡혔는데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모집인들을 통한 대출의 부작용으로써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모집인을 통한 대출은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사건 발생 후 대출이 실행된 저축은행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를 보였다.
피해자 부모의 대부분이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이기에 대출사기범들보다 채권회수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자 부모에게 자식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사회생활을 못 하게 하겠다는 둥, 사기죄로 콩밥을 먹이겠다는 둥의 반 협박으로 채권을 회수한 사례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에 대해 항의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저축은행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는 사실이다. ‘대출은 친절하게 회수는 혹독하게’ 하는 약탈적 대출의 특징이다.
모집인들로 인한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정책자금을 중개해준다는 달콤한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해 갖은 고금리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이런저런 감언이설로 대출바가지를 씌우는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저축은행들은 이런 사실들을 모두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외면하고 있다.
모집인들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은 언제든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고금리로 전가시켜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약탈적 대출은 대출을 실행할 때 까다롭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들 또한 어떻게든 소비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친절한 서비스와 까다롭지 않은 조건을 제시한다.
친절한 대출은 소비자를 부채의 덫에 걸리게 하고 결국 파산지경으로 내몰 뿐이다. 그 중심에 저축은행의 ‘친절한 모집인’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