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미분양 속출 등에 무용론 확산

사회초년생 가입 필수 금융상품으로 꼽혔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청약통장)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분양가는 치솟고 미분양 사례도 속출하면서 인기가 떨어져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을 통해 쏠쏠히 수신고를 채워 온 은행권에서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3만3650명으로 전년 동기(2697만4716명) 대비 2.0%(54만1066명) 쪼그라들었다. 전월(2644만1690명)과 비교하면 한 달 새 8040명 줄었다.
청약통장은 기본적인 저축 기능과 함께 일정 요건 충족 시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분양에 청약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또 통장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 예치금 등의 요건이 청약 가점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공분양은 가입 기간이 길고, 납입 횟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으레 하나쯤은 개설해야 하는 필수 금융상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청약통장 명성 빛이 바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 2022년 6월 2859만9279명을 찍은 뒤 이후 31개월째 감소세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2월 1816만2020명에서 올해 2월 1757만6471명으로 3.2%(58만5549명) 줄어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보다 감소세가 더 컸다.
1순위 통장은 가입·납입 기간이 길어 청약 경쟁에서 가장 우선 자격을 가진다. 이들 이탈이 많다는 것은 실수요자들 가운데 청약통장 포기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청약통장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데다, 치열한 경쟁에 당첨 확률도 점점 낮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을 댈 여력이 부족할 수 있고, 실낱같은 확률에 목돈을 묵히기보다는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지방은 최근 미분양도 많아 청약통장을 보유한 장점도 줄었다.
은행권은 청약통장 가입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청약통장은 해지가 어렵고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특성상 수신 관리에 도움이 되는 데다,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청약통장 가입 관련 마케팅을 지속 펼치고 있다. 일례로 NH농협은행은 4월말까지 청약통장 가입자 중 추첨을 통해 1만원 상당 이상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정부 당국도 청약통장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소득공제 한도 상향 등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현재 청약통장 금리는 최대 3.1%로 이번 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 올랐다. 청약통장 금리는 은행이 아닌 국토교통부가 결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청약통장 금리가 턱없이 낮아 목돈을 관리하는 금융상품으로써의 매력도도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예금금리가 내리면서 청약통장 금리가 더 높아져 경쟁력이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시적 자금 부족 등 이유에 청약통장을 해지하기보다는 납입액을 줄이거나 잠시 멈추는 선에서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