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6년…은행권 성적표 '낙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6년…은행권 성적표 '낙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5.01.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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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서비스 참여 저조…500건 중 32건 불과
KB국민 리브엠·신한 땡겨요 등 성공사례 소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시행 6년째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은행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규제로 인해 혁신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하지 못 할 경우, 특례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로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금융권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허용된 서비스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다.

현재까지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500건이다. 이중 은행권이 주도해 참여한 사례는 32건으로 비중이 6.4%에 불과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신청해 지정받은 혁신금융서비스는 16건이다. 그마저도 △클라우드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내부망 이용 관련 5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스템 내 예금 토큰 기반 지급·이체 서비스 관련 7건 등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은행별로 내놓은 형태다.

광주은행과 토스뱅크가 함께 내놓은 ‘공동대출’이 그나마 독창성을 나타낸 사례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를 제대로 활용했다고 평가받는 은행권 혁신금융서비스는 KB국민은행 ‘리브엠’과 신한은행의 ‘땡겨요’ 두 가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리브엠은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로 2019년 10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업종만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원칙상 알뜰폰 사업자로 나설 수 없으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적용을 유예 받았다.

이후 지난해 4월 유예기간을 끝내고 정식 부수업무로 등록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은행들도 별도의 신고 없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이 2022년 출시·운영 중인 배달앱 ‘땡겨요’ 역시 규제 샌드박스 결과물이다. 땡겨요는 기존 배달 플랫폼은 높은 고정비와 수수료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많은 점을 개선해 고정비를 없애고 수수료율을 낮춘 ‘착한 플랫폼’을 내세우며 시장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에서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사업’을 부수업무로 인정해 관련 법령 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땡겨요 역시 리브엠 전철을 밟아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돼 은행권에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패스트푸드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듯 환전을 차 안에서 해결하는 ‘드라이빙 스루’ 서비스를 2019년에 내놨다. 하지만 드라이빙 스루 환전소를 마련할 장소 확보에 실패하는 등 사업 시행에 난항을 겪었고 이용률도 저조해 2021년 중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규제를 유예 받을 수 있는 기한은 최대 4년인데, 규제 해제 이후에도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잘 따져야 한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함부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