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향한 강경 입장은 전통적 수주 텃밭 내 불확실성 키워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미국 대외 정책 스탠스에 따라 K-건설은 기대와 우려를 보인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은 조기 종전에 따른 재건 수요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친이스라엘 기조 속 강경한 입장을 밝힌 중동은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통의 수주 텃밭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로 해외 건설 수주시장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재건 사업 규모가 오는 2033년까지 총 4863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민관 협력을 통해 도로와 주택,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트럼프 재집권 시 재건 계획 본격화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이 막 끝난 나라는 돈이 없기 때문에 선진국 지원이나 국제적 공조를 받는데 그 선두 주자는 당연히 미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기조를 펼치느냐에 따라 그런 사업들이 어떤 흐름으로 갈 수도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인 건설 수주 텃밭 중동에선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정책 등 강경한 대중동 입장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협력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의 제일 큰 수주 시장이 중동인데 정세가 안정돼야 우리가 수주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미국의 중동에 대한 군사·외교적 스탠스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아마 조금 더 불투명한 상황이 커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봤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도 최근 한국 건설사의 중동시장 의존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재집권으로 중동 긴장도가 높아질 경우 중동 국가 신규 발주 감소, 프로젝트 지연 등이 현실화되며 직·간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지역이 올해 1~3분기 전체 국내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6%에 달한다. 지난 1966년 이후 올해 3분기까지 총 누적 해외 건설 수주액 중 중동의 비중도 50%가 넘는다.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을 2~3배 증산해 에너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확장 정책으로 중동 지역 발주 여건이 악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입장에선 지금도 인위적 감산을 기반으로 유가를 70~80달러선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와 미국 석유 생산량이 더 많아지면 감산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이는 중동 쪽 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중동 발주 여건이 안 좋아지는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강세기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유럽실 부장은 '미 대선과 중동 건설시장 영향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확장 정책은 단기적으로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인프라 건설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가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