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조, 5700명 인력 재배치 강력 반발…"통신 공공성 훼손 우려"
KT 노조, 5700명 인력 재배치 강력 반발…"통신 공공성 훼손 우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4.10.16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현화재 사태 재발 우려 경고…현장 인력 감축에 불안 증폭"
KT, AICT 기업 전환 필수…자회사 'OSP·P&M' 설립 효율화 추진
KT노조가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앞에서 열린 '구조조정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혜정 기자]
KT노조원들이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정혜정 기자]

김영섭 KT 사장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 추진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통신업계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KT 측은 AI(인공지능)와 ICT(정보통신기술)를 중심으로 한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KT 노동조합인 KT노조와 KT새노조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구조조정은 KT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구조조정이 KT의 장기적 경쟁력과 통신 인프라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KT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KT OSP와 KT P&M이라는 두 자회사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KT OSP는 선로와 통신시설의 설계·시공을, KT P&M은 도서 지역 네트워크와 선박 무선통신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다. KT OSP는 4400명의 77%에 해당하는 3400명, KT P&M는 420명의 90%에 해당하는 380명을 전출 대상으로 선발한다. 이와 함께 KT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근속 연수에 따라 퇴직금 165~208.3%를 지급할 방침이다. KT는 이번 구조조정과 분사를 통해 5700명의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KT 전체 직원 1만9370명(6월 기준)의 약 29.4%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조 측은 구조조정 대상에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온 현장 인력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2018년 아현화재를 언급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인력 부족으로 KT는 복구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구조조정이 또다시 대규모 통신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새노조가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앞에서 열린 '구조조정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혜정 기자]
KT새노조가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앞에서 열린 '구조조정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혜정 기자]

노조는 김영섭 사장이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실적을 부풀려 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김 대표는 과거 LG CNS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며 “KT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적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T는 1990년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반복된 인력 감축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단기적 실적에만 집착한 결과 KT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서 3위로 밀려났다”며 “이번에도 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KT의 구조조정이 통신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KT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에서 무리한 구조조정은 통신 서비스의 품질 저하와 공공성 훼손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youn@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