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韓 햄버거시장 4조1500억…프리미엄 수요 증가
유통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소비자들과 심리적·물리적 접점이 넓고 친숙하다. 소비 트렌드에 따른 변화 속도 역시 빠르다. 기업들이 제품·브랜드·마케팅·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뺏길 수도 있다. 경영 리더십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다. 신아일보는 기획 섹션 ‘매치업(Match-up)’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유통 전반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을 주도하는 맞수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에 이어 재거스까지 진출하면서 국내에서 프리미엄 콘셉트의 미국 수제버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쉐이크쉑은 SPC,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재거스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현대그린푸드가 선보인 브랜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미국 캐주얼 수제버거 재거스를 앞세워 국내 프리미엄 버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 국내에 진출한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에는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 종합외식기업 다이닝브랜즈그룹(옛 bhc그룹)의 슈퍼두퍼 등이 있다.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프리미엄 버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햄버거 시장 규모는 4조1500억원으로 거래량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전체 시장은 10.5% 성장했다. 이는 고가인 프리미엄 버거가 시장을 이끌었다는 시각이 크다. 올해 관련 시장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보다 가격대는 높지만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강점을 앞세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SPC 3세 주도 쉐이크쉑, 이미 출점 목표 달성
국내 미국 수제버거 열풍은 SPC그룹 오너 3세인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쉑쉑을 들여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쉑쉑은 사업 초기 강남을 중심으로 출점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었다. 최근에는 유동 인구가 많고 MZ세대가 선호하는 복합쇼핑몰이나 공항 플랫폼 등에 매장을 내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당초 출점 목표는 2025년까지 25곳을 내는 것이었는데 이미 올 4월에 25호점인 부산센텀점을 개점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홀로서기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SPC 파리크라상은 쉐이크쉑 한국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신설했다.
빅바이트컴퍼니 감사보고서(2023년 12월 한 달 기준)에 따르면 매출액은 약 90억원, 영업이익은 3190만원이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년에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내는 셈이다.
◇한화 3세가 들여온 파이브가이즈, 日 사업권 획득
쉑쉑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한화갤러리아가 들여왔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도입을 주도하고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여의도 더현대서울,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판교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1년 만에 5호점까지 출점한 셈이다.
이들 매장은 매출 기준 파이브가이즈 ‘글로벌 TOP10’에 포함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국내에서 2028년까지 점포를 15개까지 오픈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하반기에는 일본 진출도 계획 중이다. 향후 7년간 일본에서 20곳 이상 출점이 목표다.
◇현대백화점 재거스, 상대적으로 높은 가성비
현대백화점그룹은 1년여 논의 끝에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미국 캐주얼 수제버거 브랜드 재거스를 들여왔다. 재거스는 미국 1위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수제버거 브랜드다. 미국 3대 버거는 아니지만 패티를 두 장 겹쳐 넣어 풍부한 고기 풍미를 자랑한다. 재거스 강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더블 패티에 수제 조리 방식임에도 국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유사 메뉴와 비교해 가격이 10%가량 저렴하다.
재거스 1호점은 지난달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USAG 험프리스)에 열었다. 쉑쉑, 파이브가이즈가 강남에 1호점을 낸 것과 대조된다. 앞서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에도 평택 미군기지에 텍사스 로드하우스를 선보였다. 1호점 반응에 따라 향후 추가 출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버거업계 관계자는 “국내 버거시장 전반으로 포화상태지만 프리미엄 수요는 꾸준히 이어진 만큼 전략만 잘 짜면 관련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버거는 다른 음식과 달리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품목이라 향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