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 등 中 기업 사실상 퇴출…동등한 수준 다른 거래선 발굴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호탄'…삼성·롯데·셀트리온 반사이익 '기대감'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바이오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대체할 기업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규칙정지(Suspension of the Rules) 법안에 포함된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표(반대 81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이 사실상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생명공학 기업 또는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특히 미국 내 글로벌 톱(top)3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 거래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규칙정지는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입법 규칙 절차를 따르지 않고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규칙정지 법안에 포함되면 일체의 수정안이 인정되지 않고 위원회에서 보고된 대로 가부가 결정된다. 출석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다. 일반적으로 하원 표결 결과 압도적으로 찬성의견이 많을 경우 상원에서 가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 상원도 생물보안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2032년부터 미국에서 신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하는 기존 고객사들은 동등한 수준의 다른 파트너사를 찾아야 한다. 실제 우시바이오로직스 관계사이자 임상시험수탁(CRO) 기업인 우시앱텍의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은 처음으로 1.2% 감소했다. 중국과 유럽 매출이 각각 2.8%, 5.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이 재편되는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해당 시장 규모는 한국바이오협회 추산 2029년까지 약 439억달러(61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시행을 기회 삼아 글로벌 입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국과의 거리 △우수한 품질 △빠른 속도 △높은 가격경쟁력 △뛰어난 생산능력 등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 강화 일환으로 18만리터(ℓ) 규모의 5공장을 착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완공 시 총 78.4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 맞춤형 위탁개발(CDO) 플랫폼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CDO 역량도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농도 세포배양 플랫폼 ‘에스-텐시파이(S-Tensify)’ △고객 맞춤형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셀렉테일러(SelecTailor)’ 서비스 패키지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기능이 추가된 ‘디벨롭픽TM(DEVELOPICK) 3.0’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4조6000억원을 투입해 송도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연면적 20만2285.2㎡(6만1191평) 부지에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각 12만ℓ 규모로 총 3개 건설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3개 공장 전체 가동 시 미국 뉴욕 동부 시러큐스 공장(옛 BMS 공장)까지 더해 총 40만ℓ로 늘어난다.
셀트리온은 현재 상업생산 가동 전 최종 밸리데이션(의약품 제조공정 개발부터 생산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제품이 미리 설정된 기준에 적합하게 제조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 문서화하는 작업) 중인 3공장을 포함해 총 25만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셀트리온은 연내 국내 또는 해외 신규 공장 증설을 결정할 방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서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품 생산 캐파 확보를 위한 제조소 증설은 불가피하다. 해당 시설을 CDMO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외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에스티팜 △차바이오텍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도 글로벌 CDMO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기존 중국 바이오 기업만큼의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CDO, CRO, CMO(위탁생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들에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