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익 사업 정리로 경영 개선…푸드테크·로봇 신사업 낙점
45년 역사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젊은’ 이미지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호캉스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타깃으로 오이스터 바, 워터밤 등 젊은 콘텐츠로 호텔사업 전반에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재벌집 막내아들’ 김동선 부사장이 있다.
◇"젊은 층이 레저산업 성패 결정" 판단 적중
김동선 부사장은 재계 7위(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기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이다. 오너 3세이자 1989년생 MZ세대인 김 부사장은 2021년 5월 이 회사 프리미엄사업부 상무로 선임된 이듬해 전무에 이어 지난해 부사장까지 승진을 거듭했다. 특히 그가 전무 승진 이래 호텔사업 전략 전반을 챙기면서 젊은 취향의 콘텐츠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이스터 바’와 ‘워터밤’이 꼽힌다.
작년 5월 더플라자 호텔에 문을 연 오이스터 바(오이스터 배 by 배식당)는 젊은층 중심의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 고급 레스토랑의 높은 니즈(Needs),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과시소비’를 하는 MZ세대 취향을 과감히 반영했다. 5성급 특급호텔에서 오이스터 바를 여는 자체가 업계에선 처음이다. 2인 세트 기준 10만원 초반대 가격에 특급호텔 서비스와 최상급의 굴 요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반응이 좋다. 방문객 다수는 2030세대다. 직전 운영한 칵테일바 대비 매출은 약 43%(2023년 6~12월 기준) 늘었다. 또 예약플랫폼 ‘캐치테이블’ 기준 평점은 5점 만점에 4.7(올해 7월 현재)로 꽤 높다.
여름축제 ‘워터밤 속초’도 한화호텔&리조트의 대표 MZ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한화호텔&리조트는 지난해 강원 속초 설악 쏘라노에서 첫 워터밤 행사를 기획했다. 인구 10만명 이하의 소도시에서 워터밤은 처음이다. 1만5000여명이 찾은 워터밤 속초 관객의 90%가량은 2030세대였고 상당수는 서울, 경기 등 외지에서 왔다. 자연스레 속초 지역관광경제에 도움이 됐다. 한화호텔&리조트는 작년 워터밤 행사로 속초에 1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봤다.
워터밤 속초는 당시 김동선 전무의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다. 놀이문화를 주도하는 젊은층 유입 여부가 향후 레저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게 김 전무의 판단이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내달 17일 속초에서 2년 연속 워터밤이 열린다.
◇취임 4년차 김형조號 실적 개선…올 1분기는 '주춤'
한화호텔&리조트는 호텔·리조트 중심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응대) 사업 및 2021년 5월 흡수 합병한 ‘한화에스테이트’ 부동산사업을 양축으로 한다.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에 영업손실(연결기준)은 1000억원에 육박했지만 2022년 28억원의 흑자 전환에 이어 작년에는 2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복했다.
호스피탈리티 부문 매출은 코로나 첫 해 2020년 5312억원에서 지난해 5954억원으로 3년 새 12.1% 늘었다. 영업손익은 같은 기간 546억원 손실에서 210억원 이익으로 전환됐다. 올해 취임 4년차인 김형조 대표 체제에서 일부 리조트, 골프장 등 저수익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정리한 영향이 컸다. 다만 올 1분기 호스피탈리티 사업은 1228억원의 매출과 61억원의 손실로 주춤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2.0% 줄고 손실은 38.6% 더 늘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남은 하반기 외형과 내실 모두 성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화호텔&리조트 관계자는 “리조트 객단가 하락과 노무비 등 비용부담 상승에 폭우를 비롯한 날씨 영향으로 골프장 운영 휴무일이 증가한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30 취향 등을 고려한 테마 및 스위트 객실 전환과 이종업계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고객 경험을 위한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며 “이 외 특수경비업, FM(건물관리)로봇 시범도입 등의 영업 확대로 남은 하반기 수익성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악·제주·통영 복합관광단지 '청사진'
한화호텔&리조트는 현재 강원 설악과 제주 애월, 경남 통영에 ‘관광복합단지’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이다. 대규모 숙박시설 조성을 골자로 하는 설악복합단지는 일단 연내 착공을 시작해 총 4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련 설계를 지속 변경 중에 있어 구체적인 조성 내용은 미정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제주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는 호텔·리조트·테마파크 등 대단지 관광사업 부지로 개발된다. 관련 투자계획은 승인이 신청된 상황이며 투자 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최근 경상남도, 통영시와 ‘복합해양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MOU(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총면적은 446만㎡(약 135만평) 규모다. 2037년까지 친환경 지역상생지구·문화예술지구·신산업업무지구 등 해양관광사업부지 개발이 목표다. 한화는 이 곳에 4400여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 및 리조트를 세울 계획이다.
‘푸드테크’와 ‘로봇’을 미래먹거리로 장착한 점도 눈에 띈다. 두 사업은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푸드테크는 한화호텔&리조트 외식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이 사명을 바꿔 올 2월 출범했다. 김 부사장이 그룹 유통 서비스 및 로봇 신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김 부사장은 향후 식품산업 경쟁력은 로봇이나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도입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봤다. 김 부사장은 “푸드테크는 고객에게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신속히 제공하면서 인력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화푸드테크는 이후 미국의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일론 머스크가 수장인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12인치 피자를 단 5분 만에 만들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하단 평을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또 지난 5월 경기 판교 인근에 푸드테크 R&D센터를 열면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는 한화호텔&리조트가 3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음식 조리,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 사업장에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김 부사장은 이 회사 전략기획담당으로 겸임 중이다. 한화로보틱스는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산업용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의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향후 한화푸드테크와 시너지가 관건이다. 김 부사장은 “푸드테크,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는 ‘조선호텔앤리조트’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