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If] 은행만으론 생존 못 해…금융지주 회장 M&A '사활'
[금융권 If] 은행만으론 생존 못 해…금융지주 회장 M&A '사활'
  • 문룡식,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7.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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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심 이자수익 쏠림 탈출…비은행 강화해 다각화
우리금융 '증권·보험', 신한·하나 '보험' 취약부문 보강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금융권 M&A가 요동칠 전망이다. 경기불황으로 보험·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는 가운데, 이를 노리는 금융지주, 은행, 가상자산 기업의 경쟁구도가 그려진다. 누군가에겐 뼈아픈 결정인 반면, 다른 누군가는 미래성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관건은 시너지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M&A로 어떤 성장을 이끌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는 M&A(인수합병)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은행 부문을 보강해 은행 중심 수익구조를 벗어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이자이익에 집중된 현 수익구조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비은행 M&A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가운데 올해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금융이다. 임종룡 회장 지휘 아래 상반기 포스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보험사 문을 두드리며 M&A 시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우리금융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꾸준히 매수에 나섰지만, 적정 매물 부재와 CEO 교체 등으로 올해까지 계속 연기했다.

현재 우리금융에는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계열사가 있긴 하지만 증권·보험사에 견주지는 못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99%에 달한다.

신한·하나금융도 금융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매수 참전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단골손님이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보가 아픈 손가락이다. 디지털보험사인 만큼 규모가 작고 온라인 영업에만 특화돼 있어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춘 손보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은행·증권·생보 계열사에 비해 손보사 덩치가 매우 작은데 현 상태로 둘 가능성은 작다”며 “적당한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금융도 보험계열사 존재감이 옅은 상황이다. 하나생명과 하나손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에서 입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로 보험사를 인수해 규모를 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올해는 작년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으나 M&A 의지는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달 11일 열린 한경엽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신사업 확대를 위해 비은행 분야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KB금융은 M&A 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를 끝으로 은행·증권·카드·생보·손보 등 모든 금융권에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적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에 올랐다.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KB증권과 KB손보, KB라이프 순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7.5%, 35.1%, 88.7% 증가해 비은행 계열사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 금융 외에도 수협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비은행 금융사 M&A를, OK금융그룹 역시 증권사를 포함해 보험사 M&A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 M&A설이 무성한 것은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든 까닭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M&A 심리지수는 78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2)보다 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BCG코리아는 한국 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투자자자금 규모, 포트폴리오 조정 노력 등을 고려할 경우 국내 M&A 시장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국내외 주식 시장 호조를 보이는 점, 보험업권의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호실적 역시 금융권 M&A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이달 11일 종가 기준 2891.35를 기록하며 연중 고점을 기록했으며,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아울러 보험사 M&A 매물로 언급되는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에 따라 각각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키워야 금리 변동 등 여러 변수에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회사 신설 대신 M&A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이민섭 기자

moo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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