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마트 델리가 아니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어서 오픈 시간부터 기다렸어요.”
지난주 토요일 오전 한 대형마트에 갔다. 매장 입구를 지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가니 델리 코너였다. 가까이 가보니 많은 소비자들이 3990원하는 델리 제품들을 여러 개 쓸어 담고 있는 진풍경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치킨, 김밥, 튀김 등 전통적인 델리 메뉴뿐만 아니라 표고탕수, 치즈볼, 타코야끼, 맥앤치즈, 케이크 등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과 양도 매력적이었다. 매장을 오픈한지 단 30분 만에 매대는 텅텅 비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맛있는 델리 사려고 오픈런했다. 요즘 외식 물가가 너무 비싸서 델리 몇 개 사서 주말 기분 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랜드 킴스클럽 등 대형마트 4사의 델리 제품을 취재하면서 제품 경쟁력이 달라졌다는 게 확실히 체감됐다. 최근만 하더라도 마트 델리는 매장이 문 닫기 직전 마감 할인 스티커가 붙었을 때 가끔 사먹는 제품에 불과했다. 위치도 대부분 신선식품, 냉동식품을 지나 마트 구석에 자리했다. 할인된 치킨을 집에 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약간 눅눅한 그 특유의 맛이 있었다. 그나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에 사먹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마트 델리 메뉴는 가짓수와 맛 품질이 확연히 달라졌다. 200여종이 넘는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조리해 선보이는가 하면 치킨, 김밥 등 뻔한 메뉴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요리로 범위를 넓혔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에게 왜 델리 제품을 강화했는지 묻자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서다. 비빔밥이 평균 1만원이 훌쩍 넘는 시대에 마트 델리는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두 번째는 ‘이커머스와 차별화시킬 수 있어서’였다. 델리는 당일 조리·판매가 원칙인 특성상 이커머스가 유통하기 어려운 분야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된 시대에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해 델리를 강화하게 된 것이다. 한 대형마트는 델리 제품이 너무 잘 팔려 제품 폐기율이 0% 수준이라고 전했다.
예전의 마트 델리가 아니다. 가성비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델리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장보기에 딸려오는 메뉴가 아닌 그 자체로 사람들이 마트에 오도록 만든 매력적인 ‘한 끼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앞으로의 마트 델리의 진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