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축소 운영에 이어 운영중단 사태까지
'국민 건강의 마지노선'이자 '필수 중증 의료'를 담당하는 국내 공공의료 컨트롤타워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의료현장 최전선인 응급실도 잇따라 파행 운영되면서 공공의료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가 중앙 공공병원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NMC)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심장내과·외상외과·신경외과 등 필수 진료과 전문의들이 '번아웃'으로 줄줄이 병원을 떠나면서 '필수중증의료 컨트롤' 기능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 의료원은 대다수 전공의들이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중 1명이 이달 말 퇴사를 앞두고 있어 다음 달부턴 1명이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응급실에서는 보통 전문의·전공의 등 3~4명이 팀을 이뤄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자칫 인력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최악의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잇따라 퇴사하면서 한 명밖에 남지 않았고 심장내과는 전문의 2명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면서 "특히 외상 환자는 초응급 환자인데, 인력 부족으로 일주일에 한 건 정도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전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료원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병원 응급실도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원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그만둠에 따라 이달 들어 한 달을 기한으로 7일간은 아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절반이 병원을 떠나 전날부터 응급의료센터가 축소 운영되고 있다.
한편 전날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자는 이달 12일(1111명) 대비 고작 44명 늘었다. 전공의들이 도무지 현장으로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응급실 운영은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전국에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관두는 병원들이 무척 많다"며 "전국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도 사람(전문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7∼8월 중 이런 병원들이 수십 곳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