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나토 순방, 체코 대통령 만나 ‘외교전’
프랑스 총선 ‘탈원전’ 좌파연합 승리, ‘막판 변수’
총 30조원에 달하는 체코 신규원전 수주전의 승자가 이번주 결정될 전망이다.
1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측은 이르면 17일 오후 신규원전 4기 건설 사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전력공사(EDF)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한수원이 EDF를 꺾고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면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또한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 다른 유럽국가 원전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향후 15년 이상 원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벌어진 한국과 프랑스의 재대결에 양국 대통령도 모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8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 원전 기술력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에게 “한국은 원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한 만큼 한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 참가해 원전 수주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당시 “하나의 유럽”을 언급하며 유럽 중심의 밸류체인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는 체코와 같이 EU에 속해 있고 세계 2위 원전 가동국인 만큼 글로벌 입지 면에서 앞선다. 하지만 국내 원전의 강점과 최근 떠오른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적기 공급 능력 면에서 프랑스를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은 한국의 최대 강점이다. 한수원은 공사단가 면에서 EDF보다 킬로와트(KW)당 50%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KW당 3571달러다.
또 체코 원전은 2036년 상업운전을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한수원은 공사기간을 맞춰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반해 EDF는 앞서 영국 원전 건설에서 공기가 최대 6년까지 지연되며 약 19조원(130억유로)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던 적이 있다.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는 좌파연합이 제1당에 오른 점도 막판 변수다. 좌파연합이 향후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프랑스의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본 계약의 세부 사항을 조율한 뒤 내년 3월 체결하게 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 계약이 아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보니 귀띔이 오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체코에 3번째 방문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탁월한 건설역량 및 사업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체코 신규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