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카스 0.0' 병 제품 공격적 출시, 하이트진로 "다양한 옵션 고려"
롯데칠성음료 "신제품 크러시 집중"…韓 무알코올 음료시장 2000억대 성장
여름은 맥주시장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내달에 빅 이벤트 ‘파리올림픽’도 예고되면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대형 맥주 3사의 영업·마케팅이 치열하다. 더욱이 이달부터는 비알코올·무알코올 맥주의 유흥시장 판매가 허용돼 이른바 ‘제로(0) 맥주’ 경쟁에 다시금 불이 붙는 모습이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식당 ‘잔술’ 판매, 비·무알코올 음료의 음식점 공급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특히 도수 1% 이상인 주류만 유통했던 종합주류도매업자가 도수 1% 미만이거나 아예 없는 비·무알코올 음료를 전국 일반음식점 등에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제로 0.00’, ‘카스 0.0’, ‘클라우드 클리어’와 같은 이른바 ‘제로 맥주’를 식당에서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그간 제로 맥주 제품들은 마트·편의점 등 가정용 시장 위주로 유통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맛있게 먹으면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과 함께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도수, 논알코올 주류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무알코올 음료시장은 전년보다 12.5% 늘어난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맥주 1위 사업자 오비맥주는 주류면허법 개정에 맞춰 비알코올 카스 0.0을 330㎖ 병 제품으로 출시하고 전국 일반 음식점에 선보이고 있다. 오비맥주는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10월 비알코올 캔맥주 카스 0.0를 내놓았다. 카스 0.0는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스마트 분리 공법’으로 알코올만 추출해 신선하고 상쾌한 맛을 유지했다. 알코올 도수는 0.05% 미만이다.
다만 논알코올 맥주시장에선 하이트진로, 롯데칠성보다 늦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카스’라는 국내 최대 맥주 브랜드를 앞세워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갔고 이번에 선제적으로 유흥시장에 적합한 제로 맥주 병 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았다. 오비맥주는 또 국내 주류업계에선 유일하게 파리올림픽 공식 파트너사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올 여름 카스 0.0을 공격적으로 띄우겠단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0.0은 비알코올 음료지만 맥주 본연의 맛과 풍미를 그대로 구현한 만큼 점심시간 또는 회식 등에서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무알코올 하이트제로 0.00은 제로 맥주의 선구자로 꼽힌다. 2012년 출시 후 한동안 제로 맥주시장을 이끌어왔다. 경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까진 이 시장 점유율 60%를 웃돌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은 1억3850만캔(350㎖ 캔 환산)에 달한다.
하이트제로 0.00은 2021년 알코올·당류·칼로리 모두 제로인 ‘올프리(All-Free)’ 콘셉트로 탈바꿈했다. 설탕은 물론 감미료 등 대체당도 포함되지 않아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Needs)에 맞춰 240·350·500㎖ 등 용량을 다양화한 점도 눈에 띈다.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으로 카스 0.0처럼 유흥시장 진입을 위해 병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용기·플레이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제로 0.00에 대한 주류도매상 문의가 증가하면서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성수기 판매채널 등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제품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무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와 비알코올 ‘클라우드 클리어’를 함께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 6월 선보인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독자 개발 공법을 활용해 무알코올 맥주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맥아엑기스와 유럽산 홉 등을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8월엔 알코올 도수 0.5%의 클라우드 클리어도 내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롯데칠성의 대표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에 가장 비슷한 풍미를 구현하고자 100% 올 몰트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롯데칠성은 지난달 열린 인기 음악 페스티벌 ‘뷰민라(뷰티풀민트라이프)’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홍보활동을 전개 중이다. 하지만 현재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전사적으로 밀면서 상대적으로 힘은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크러시 입점 및 확산에 집중하고 있어 유흥시장에 공급할 병 제품 등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라인업 추가는 아직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무알코올 주류는 알코올 함량 0%를, 비알코올 주류는 1% 미만을 각각 의미한다. 또 무알코올 맥주는 ‘0.00’, 비알코올 맥주는 ‘0.0’으로 표기한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