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헤지스' 앞세워 해체주의 작가 협업 등 지속가능성 강조
코오롱Fnc 12년 전부터 '래코드' 차별화…中·日·歐까지 홍보
유통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소비자들과 심리적·물리적 접점이 넓고 친숙하다. 소비 트렌드에 따른 변화 속도 역시 빠르다. 기업들이 제품·브랜드·마케팅·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뺏길 수도 있다. 경영 리더십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다. 신아일보는 기획 섹션 ‘매치업(Match-up)’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유통 전반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을 주도하는 맞수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가치소비 확산에 힘입어 재고를 재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Upcycling)’ 의류가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새활용’으로 표현한다. 패션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재고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패션대기업 LF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경우 이 같은 소비 트렌드와 친환경 차원에서 재고 옷을 활용해 새로운 옷으로 탄생시키며 ‘지속 가능한 패션’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헤지스(HAZZYS)’, 코오롱FnC는 ‘래코드(RE;CODE)’ 등을 앞세워 다양한 업사이클링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 개 청바지를 조각 내 원피스로 새로 만들거나 옷, 텐트, 단추 등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만드는 식이다.
업사이클링 의류는 특히 젊은층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제품을 소비하는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가진 제품으로 소유욕을 높이기 때문이다.
LF 헤지스는 ‘시대가 지나고 유행이 변해도 가치를 지키고 다듬어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브랜드 이념에 맞춰 지속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들과 활발히 컬래버레이션(협업)하고 있다.
헤지스는 지난해 부산 빈티지 디자이너 브랜드 ‘올리언스 스토어(orleans store)’와 선보인 리워크 컬렉션의 호응에 이어 올해는 해체주의 아티스트 윤경덕이 이끄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티비오에스(T.B.O.S)’와 손을 잡았다. 티비오에스는 해체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도하며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다. 사물을 해체해 생긴 소재와 폐기 의류를 조합해 새로운 업사이클링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헤지스와 티비오에스의 이번 컬렉션은 헤지스의 소각 대상 최소 2년, 최대 5년 동안 팔리지 않은 재고상품을 윤경덕 작가의 시각으로 해체 후 재구성해 새 생명을 불어넣은 아이템 20피스로 구성됐다. 이를 위해 윤경덕 작가는 빈티지 마켓에서 직접 오래된 헤지스 제품들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헤지스 관계자는 “지난달 수원 스타필드에서 진행한 업사이클링 컬렉션에는 300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했다”며 “헤지스는 앞으로도 브랜드 철학을 긍정적인 가치로 전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와 지속 가능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상대적으로 일찍 업사이클링에 뛰어들었다. 대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선보인지 올해로 12년차다. 래코드는 코오롱 산하 브랜드 20여개에서 나오는 3년차 재고를 활용한 의류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래코드는 버려지기 직전의 옷뿐만 아니라 텐트, 낙하산, 자동차 에어백까지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나 남아 있는 자투리 원단까지 활용해 옷을 만들고 있다.
래코드는 새활용에 대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워크샵 ‘리테이블(RE;TABLE)’도 진행 중이다. 리테이블은 래코드가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전개하는 활동 중 하나다. 래코드 제품의 생산 부산물이나 원단 자투리 등의 재료로 굿즈를 만드는 것이다. 올 1분기 기준 리테이블 참여 고객은 2만824명에 달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은 애정을 갖고 오래쓰기 때문에 리테이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스토리에 맞게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1월 래코드 국내 및 글로벌 공식 사이트를 동시 오픈했다. 래코드 공식 사이트는 크게 △래코드 △MOL △리테이블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이 사이트에서 주문 시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도 래코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젊은층 사이에서 한정판 의류가 인기를 얻으며 업사이클링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며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 메가트렌드로 굳어지면서 업사이클링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