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金과일에 손해 봐도 '맛·신뢰' 최우선…16만명 회원 '농협맛선'
[인터뷰] 金과일에 손해 봐도 '맛·신뢰' 최우선…16만명 회원 '농협맛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4.29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의 프리미엄 먹거리 구독경제시장 진출 1년…'맛선추진팀' 3인방 주도
100% 국내산, 산지농협 공급, MD의 꼼꼼한 검수…VIP 선물용으로도 각광
유통비용 줄이고 마진 최소화로 가격도 합리적…"연내 회원 25만명 목표"

농협이 지난해 4월 ‘농협맛선’을 앞세워 프리미엄 먹거리 구독경제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커지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농협 먹거리의 ‘신뢰’ 이미지는 가장 큰 강점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론 경기불황과 고물가시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국산 프리미엄 먹거리 정기구독이 과연 소비자를 잘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존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농협맛선은 현재 구독인원 16만명을 넘어섰다. 상품군도 과일, 김치에 이어 이달 건강기능식품까지 확대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올 초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중점 추진하는 신사업에 포함되면서 안팎으로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본지는 농협경제지주 경제기획부 소속 ‘맛선추진팀(박상훈 팀장, 염경선·박상문 과장)’을 만나 농협맛선 1년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얘기 나눠봤다.

농협이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먹거리 구독경제 서비스 '농협맛선'은 농협경제지주 맛선추진팀이 이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농협 맛선추진팀 염경선 과장, 박상훈 팀장, 박상문 과장. [사진=농협]
농협이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먹거리 구독경제 서비스 '농협맛선'은 농협경제지주 맛선추진팀이 이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농협 맛선추진팀 염경선 과장, 박상훈 팀장, 박상문 과장. [사진=농협]

농협맛선은 농협에서 인증한 산지에서 계약재배 및 매취사업으로 100% 국내산 농축산물을 보증한 먹거리로 구성된 구독 상품이다. 농협 MD들이 직접 산지에서 품질 관리부터 구매, 검수까지 전 과정을 살펴본다. 론칭과 함께 프리미엄 제철과일 구독을 선보였고 그 해 8월 프리미엄 ‘한국농협김치’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론칭 200일 만에 회원 수 1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올 4월 현재 16만명을 넘어섰다. 과일과 김치 구독 비중은 대략 8:2, 일반 소비자(B2C) 및 기업 거래(B2B) 비중은 5:5 정도다. 

박상문 과장은 “첫 상품인 농협과일맛선은 4050 주부와 초등학생 등 자녀가 있는 가정이 주 고객층으로 전체 구독의 75%가량은 서울·인천·경기 수도권에서 나온다”며 “과일의 경우 김치보다 B2B 구독이 더 활발하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객 선물용으로 반응이 꽤 좋다. LG전자도 고객사다.  

과일 구독은 매월 한 번 고객이 원하는 주 목요일에 제철과일이 정기 배달된다. 기본(6종·월 5만원), 미니(4종·3만원) 2종으로 운영 중이다. 4월 기본 구성은 참외·대저짭짤이토마토·카라향·블루베리·대추방울토마토에 중반까지는 건무화과, 후반에는 비파로 변화를 줬다. 미니 구성은 참외·대추방울토마토·카라향·블루베리다.   

과일 선정은 매달 초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다음달 과일 포트폴리오를 짠다. 위원회는 맛선추진팀과 농협 산지 MD, 경매사, 소비자(유명 블로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당도·이색·건강에 초점을 맞춰 매월 가장 맛있고 신선한 제철과일 6종을 선정한다. 

5월의 농협과일맛선 구성. [사진=농협]
5월의 농협과일맛선 구성. [사진=농협]

작년 하반기부터 사과·배 등 과일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G7 국가와 유로, 대만, 한국의 올 1~3월 월평균 과일 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니 우리가 월평균 36.9%로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매월마다 제철과일을 달리 선정해 구독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애로가 클 수밖에 없다. 

박상훈 팀장은 “과일값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일부 역마진을 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협맛선의 가장 큰 목적은 백화점 못지않은 고품질을 가진 산지 농협의 좋은 먹거리를 많은 소비자에게 최대한 체험시키는 것인 만큼 마진은 최소화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구독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지키고 프리미엄 과일만을 선보이다보니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농협과일맛선은 전국 산지 농협 중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 VVIP 상품 공급능력 등 25개 농협 인증기준(NHAP)을 통과한 510여개 산지 과일만을 취급하고 있다. 또 매달마다 비파·애플수박·하미과멜론 등 평소엔 접하기 힘든 이색과일도 최대한 구성해두는 편이다. 

농협김치맛선 역시 반응이 좋다. 100% 우리 농산물로 만든 한국농협김치 제품을 소비자 취향, 세대 등에 따라 1만원 중반부터 5만원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농협의 김치공장 통합 시너지로 품질은 높이면서 직배송과 판매수수료 최소화로 중간 마진을 줄였다. 덕분에 포기김치·깍두기·총각김치·동치미 등 농협의 다양한 김치 제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염경선 과장은 “재고 없이 배송 이틀 전 갓 담근 김치만을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무척 높고 첫 구독일 경우 1만원 할인이 되기 때문에 시중가보다 평균 40% 이상 저렴하다”며 “구독건수가 꾸준히 늘면서 농협 김치를 찾는 팬덤이 형성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에는 세 번째 구독상품으로 관절·혈행·혈당 3종으로 구성된 ‘농협건강맛선’이 출시됐다. 대한한약사회 대의원을 역임한 전문 한약사와 농협식품R&D연구소가 동의보감에 의거해 100% 국내산 한약재를 써서 개발했다. 현대인 3대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관절염, 고혈압, 당뇨 개선이 핵심이다. 혈행 라인은 은행잎추출물(플라보놀배당체), 관절 라인은 MSM(식이유황), 혈당 라인은 바나나잎추출물(코로솔산)을 하루 섭취량 기준 최대 함량을 적용했다. 월 구독 시 합리적인 4만원대로 책정했다.  

농협김치맛선 제품들.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한국농협김치'로 구성됐다. [사진=농협]
농협김치맛선 제품들.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한국농협김치'로 구성됐다. [사진=농협]
이달 26일 첫 선을 보인 '농협건강맛선' 3종. [사진=농협]
이달 26일 첫 선을 보인 '농협건강맛선' 3종. [사진=농협]

맛선추진팀은 다양한 니즈(Needs)와 요청을 반영해 구독상품을 잡곡, 유제품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구독 신청을 받고 있는데 향후 회원 수, 소비층 상황에 따라 모바일 상품권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검토 중이다. 

박 팀장은 “농협맛선 구독은 소비자 혜택은 물론 조합 농가의 소득 증대, 판로 확대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구독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농협만의 차별화로 연내 회원 수 25만명, 주문건수 40만개 이상으로 외연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