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당국 철퇴를 맞은 ‘어린이보험’이 정상화되고 있다. 이름과 다르게 성인도 가입할 수 있었고, 가입 연령도 30대 중반까지 확대돼 ‘어른이(어른+어린이)보험’으로 불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금융당국 제지 이후에는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손해보험사들은 기존 어린이보험 상품 가입 연령을 0~15세로 낮추거나, 아예 새로운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손해보험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어린이보험 상품을 개발 중이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NH가성비굿플러스어린이보험’을 판매했으나, 같은 해 9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이 어른이보험 규제에 나서면서다. 해당 농협손보 상품은 0세부터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전형적이 어른이보험이었다.
이에 농협손보는 기존 상품과 담보 구성 등이 유사한 ‘NH굿스타트건강보험’을 출시해 판매 중인데, 가입 연령과 혜택을 어린이에게 맞춘 진짜 어린이보험 출시에 팔을 걷은 것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오는 7월 출시를 목표로 0~15세까지 가입 가능한 어린이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상품 개발 단계”라고 말했다.
어린이보험은 태아·어린이를 대상으로 질병과 상해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뇌·심혈관 질환 등 3대 질병을 보장하는 등 성인 보험보다 넓은 범위를 보장한다. 면책 기간도 없어 가입 직후부터 보험료를 100% 수령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 건강보험과 같은 고정 비용 지출을 줄이려는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성인 건강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한도 금액이 높은 어린이보험 선호도가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손보사들은 저마다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30대까지 늘리고 보장 확대, 보험료 인하 등에 나서며 경쟁을 펼쳤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이 35세까지 확대됐고,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등 성인질환 담보까지 포함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15세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상품명에 ‘어린이’ 혹은 ‘자녀’를 붙이지 못하게 했다. 이에 대부분 손보사는 기존 어린이보험 상품 가입 연령만 0~15세로 되돌린 상태인데, 농협손보는 새상품 출시로 어린이보험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상품 재출시에 대해 “장기인보험인 만큼 계약 기간이 길어 수익성이 높고,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통한 미래 소비자 확보도 기대할 수 있어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