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을 담보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보험약관대출’(이하 약관대출)이 증가세를 보인다.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약관대출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25개(생명보험사 14개, 손해보험사 11개) 가계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64조3135억원으로 전년 동기(61조3258억원) 대비 4.9%(2조9877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 약관대출 잔액이 이 기간 44조3979억원에서 46조4873억원으로 4.7%(2조894억원) 늘었다. 손보사는 16조9279억원에서 17조8262억원으로 5.3%(8983억원) 불어났다.
현재 보험사 총 가계대출액 가운데 약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하는데,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불어나는 추세다.
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 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 환급금 50~95% 범위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해지 환급금이라는 담보가 확실한 만큼, 낮은 위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을 빌리는 소비자 역시 신용도 관계없이 당일 대출이 가능한 점 등 은행보다 문턱이 낮아 급전이 필요할 경우 접근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약관대출은 비교적 서민이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 찾는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실제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이 3억원 이하인 가구가 보유한 부채 가운데 보험약관대출 비중은 12.6%로 전세자금대출보다 높다. 반면 자산 7억원 이상 가구에서의 비중은 5.4%에 불과하다.
다만 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면 해당 보험계약이 해지돼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이 대출 이용이 늘었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빌리는 가계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약관대출은 담보가 있는 대출치고는 금리도 높다. 생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취급액 기준 약관대출 최고금리는 연 8%에 달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헙업계에 상생금융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가 내놓을 상생금융 방안 가운데 약관대출 금리 인하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특히, 자동차 보험료율 인하 등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손보업계와 달리, 직접적인 소비자 체감을 높일 수단이 마땅찮고 약관대출 잔액 비중이 훨씬 큰 생보업계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담보가 있긴 하지만 보험사 전체 대출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등 규모가 크고 불황형 대출, 연체 시 보험계약 해지로 연결되는 특성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