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관련 단체들이 건축과 구조 업무를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건축과 구조가 밀접한 상호협력 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분리할 경우 건축 생태계를 해칠 수 있고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의견이다. 건축 단체들은 건설 현장 부실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적정 대가 기준 보장과 감리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한국건축설계학회, 서울건축포럼과 함께 9일 서울시 서초구 건축사회관에서 '건축구조 분리발주 관련 건축법 개정안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건축 단체들은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25일 대표 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은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에 대해 건축물 설계와 공사감리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을 낸 강 의원은 현행 체계로는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이 건축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구조상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제대로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에 대해 건축물 설계와 공사감리 등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건축물 구조 안전을 강화하고 부실 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사 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을 건축과 구조를 분리하는 법안으로 평가했다. 건축물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건축과 구조가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분리할 경우 되레 건축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정훈 건축사협회장은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민 안전에 대한 문제를 구조 분리만으로 담아낸 일방적이고 편협한 접근"이라며 "건축 생태계에 해를 끼치게 되는 개악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임진우 건축가협회 대외협력부장은 "건축과 구조는 상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라며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한 몸이 돼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좋은 건축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적정 대가 기준 보장'과 '감리자 독립성 확보' 등을 주장했다. 또 건축과 구조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상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정훈 회장은 "건축인들이 추구하는 정상적인 안전한 현장이 유지되기 위해선 합리적 대가 수준이 확보돼야 한다"며 "감리자가 독립성인 위치에서 주체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제도도 미비하다"고 말했다.

박현진 서울건축포럼 이사는 "완전한 건축을 이루기 위해선 건축과 구조가 한 팀이 돼야 한다"며 "현장 내 구조적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 독립보다는 건축과 구조 전문가들이 충분히 협력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신아일보] 서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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