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수출액 전년比 41% 급증…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
대상 年 2000t 생산 LA공장 가동, CJ제일제당 전략제품 육성
미국에서 연방정부 차원의 ‘김치의 날’이 제정된다. 김치의 날은 김치종주국인 한국이 지난 2020년 11월 22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식품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김치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삼은 것은 김치종주국으로서 한국의 높은 위상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김치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김치업계와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에 따르면, 미국 연방하원감독위원회는 12월 6일 본회의에서 김치의 날 결의안(HR 280)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날 별도의 표결 없이 한국계인 공화당 소속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김치의 날이 채택될 방침이다.
◇김치 저변 확대…수출액 4년 새 224% 성장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특정 국가 음식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건 김치의 날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올해가 한국인의 미국 이민 120주년, 한미동맹 70주년 등 정치적으로 의미가 깊은 한편 미국 내 한국 김치 저변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점이 법정기념일 제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김치의 대(對)미국 수출액을 살펴보면 △2018년 897만달러(약 121억원) △2019년 1480만달러(200억원) △2020년 2306만달러(312억원) △2021년 2825만달러(383억원) △2022년 2910만달러(394억원)로 꾸준히 늘었다. 2018년 대비 2022년과 비교해 4년 새 성장률은 224.4%에 달한다.
또 올 9월까지 미국으로 수출된 김치 금액은 3064만달러(415억원)로 전년 동기 2171만달러(294억원)보다 41.1% 급증하며 이미 작년 수출액을 경신했다. 물량은 같은 기간 26.3% 증가한 8386톤(t)이다.
김춘진 aT 사장은 최근 미국 LA의 대상 김치공장(대상아메리카)을 찾아 “미국은 한국 김치 수출 2위 국가로 현지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김치종주국 위상 제고와 김치세계화를 위해 품질 고급화, 해외마케팅 등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美 수출 김치 절반 차지
국내 최대 김치기업 대상은 ‘종가(옛 종가집)’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특히 2019년부터 미국 내 종가 김치 소비가 꾸준히 늘면서 서부·중부 주류 유통채널까지 입점이 확대됐다. 대상 관계자는 “올 9월까지 미국의 종가 김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해 작년 매출액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미국 LA에 대지면적 3000여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대상의 LA공장은 약 200억원이 투입돼 연간 2000t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라인과 원료창고 등의 기반시설을 갖췄다. 미국에 대규모 김치 생산설비를 갖춘 국내 식품사는 대상이 유일하다. 이 곳에선 한국 전통 김치 맛을 살린 종가 오리지널 김치를 비롯해 미국 식문화를 반영한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 김치를 포함한 10종을 생산 중이다.
올 들어선 LA공장에 이어 미국 현지 식품사 ‘럭키푸즈(Lucky Foods)’를 인수하며 추가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럭키푸즈는 2000년 설립된 아시안 식품 전문회사다. ‘서울’ 김치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대상은 럭키푸즈 인수로 미국 내 김치 유통채널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캐나다 주류 유통채널 입점을 지속 확대하고 김치 인지도와 소비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연중으로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 특허 포장용기로 맛·품질 안정화
미국은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운 CJ제일제당의 핵심 진출국이다. 2019년 미국의 대형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를 발판 삼아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비비고 김치 역시 미국 내 한인·에스닉 마켓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 비비고 김치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소비 취향에 맞춰 작년부터 ‘비비고 단지김치’로 리뉴얼해 수출하고 있다. 비비고 단지김치는 발효식품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가스, 효모 등의 문제점을 자체 기술력으로 보완한 제품으로 ‘기능성 포장용기’가 핵심이다. 해당 기술은 특허도 받았다. 발효 품질이 안정화된 만큼 미국 소비자가 더욱 아삭하면서 신선한 상태의 김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김치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제품(GSP) 중 하나다.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김치 저변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단지김치 수출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현지 아시안 유통채널 입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향후 미국 내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아시안 식품 유통업체에 입점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현지 주류시장까지 판로를 넓혀보겠다”고 밝혔다.
◇풀무원·농협, '종주국' 강조
풀무원은 김치사업을 전 세계에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한국식(食)문화업(業)’으로 정의하고 김치종주국이란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출용 제품 포장에는 현지 생산과 차별화를 두고자 ‘Made in Korea(한국산)’이라는 표식을 강조한다.
올 3분기 누계 기준 미국 내 풀무원 김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9% 성장했다. 주력 제품은 비건 방식으로 제조된 썰은김치와 매운맛 썰은김치, 전통 썰은김치다.
농협도 통합김치브랜드 ‘한국농협김치’로 미국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농협김치는 2021년 전국 8곳의 농협 김치공장을 일원화해 출범한 브랜드다. 농협 특성을 살려 ‘100% 한국 식재료’로 만드는 한국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협은 이듬해 10월 썰은김치·포기김치를 포함한 초도물량 15t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들 제품은 미국 LA의 한인마트 중 하나인 갤러리아와 그린랜드 매장 등에 납품됐다. 올 들어서는 이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에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