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상하는 ‘뉴 롯데(New LOTTE)’의 키를 쥔 호텔롯데 상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면세사업부의 인천국제공항 완전 철수와 10년간 입성 불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사업제안서(60%)와 가격입찰서(40%)를 검토해 선정한 제4기 면세사업권 1차 사업자를 발표했다.
향수·화장품(DF1)과 주류·담배(DF2) 사업권 후보로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선정됐다. 패션·부티크(DF3·4) 사업권도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맞붙는다. 부티크(DF5) 사업권을 두고는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롯데는 단 1곳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사업권은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통합한 것으로 최종 낙찰 시 올해 7월부터 10년간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국내 1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롯데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인천공항에서 나오는데 올 하반기부터 0이 돼 경쟁사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시내점과 온라인 면세점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혜택을 강화해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또 6월 호주 멜버른 공항점 오픈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본격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내실경영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탈락이 ‘뉴 롯데’를 완성하려는 롯데그룹의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호텔롯데 상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2017년 발발한 중국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롯데그룹은 그간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면세사업부의 수익성 회복과 그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수익성이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이번 탈락으로 롯데 면세사업의 매출 창구가 되레 하나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호텔군(HQ)을 총괄하게 된 이완신 호텔롯데 대표는 부임 첫 해부터 난제를 떠안게 됐다. 이 대표는 그룹의 염원인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중책을 다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 최종 탈락으로 호텔롯데 상장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면세사업 수익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롯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다시 상장 절차에 돌입하고 궁극적으로 ‘뉴 롯데’를 완성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