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핵심업무 '원자재 구매' 총괄…지주사 전환 맞춰 승계 '속도'
동국제강 오너 4세 장선익 전무가 올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정통 철강사업 부문에서 공장 현장경영을 통해 동국제강 차기 총수 기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5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장선익 전무는 지난 2년간 인천공장 현장 경험을 마치고 올해 본사로 복귀했다.
장 전무는 구매실장으로서 향후 회사 핵심 업무인 원자재 구매를 총괄하게 된다. 원자재 가격 관리가 중요한 철강업 특성을 고려하면 장 전무가 실전사업 전면에 배치된 셈이다.
장 전무의 본사 복귀와 구매실장 발탁 인사는 신사업 부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타 오너 기업들의 차기 총수들과는 다른 행보다. 장 전무가 현장 경영을 두루 경험하는 기존 동국제강 경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분석이다. 실제 장 전무의 아버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인천공장에서 근무한 바 있다. 동국제강 선대 회장들도 모두 현장 경험을 중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무는 지난 2007년 동국제강 전략경영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법인, 일본법인, 법무팀, 전략팀을 거쳐 입사 후 약 10년만인 2016년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장 전무는 2018년 본사 경영전략팀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경영전략과 기획업무를 총괄했다. 지난 2021년 상무 승진 후 인천공장 생산담당으로 발령받아 본격적인 현장 중심 실무역량을 인정 받았다. 장 전무가 재직 중인 2021년을 기준으로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철근 220만톤(t) 생산하고 매출 2조2000억원 성과를 기록했다. 2021년 동국제강 전체 매출 7조2403억원 중 약 30%가 인천공장에서 나왔다.
최근 동국제강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다. 회사 창립 68년만이다. 동국제강은 이번 인적분할로 존속법인 ‘동국홀딩스’와 철강사업을 열연과 냉연으로 전문화한 신설법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으로 분리한다. 동국제강은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 전무의 본사 복귀와 동국제강 지주사 전환 시점이 맞물리면서 4세 경영 승계도 속도가 붙었다는 관측이다.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면서 세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서다. 장 전무를 포함한 동국제강 오너 일가들은 앞으로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장 전무는 현재 동국제강 4세 중 유일하게 현장 경영에 참여 중이다. 장 전무의 동생인 장승익씨, 장세욱 부회장의 자녀이자 장 전무의 사촌형제인 장훈익·효진씨 모두 아직 직접적인 경영 활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장 전무가 이미 사내에서 자리를 잡은 만큼 당장 경영 승계변화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앞으로 승계에 대한 ‘불씨’는 여전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전무의 승진 인사는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복합 경제위기의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