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대우조선 인수 숙제 남아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20일)은 7위를 차지한 한화그룹 ‘김승연’이다./ <편집자 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3세 경영 후계구도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 회장은 올해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 부문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 전무는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으며 삼형제의 그룹 내 역할이 뚜렷해졌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사업을 재편하며 맞게 될 리스크는 남았다.
19일 한화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올해 김동관 부회장을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그룹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겼다.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 승진하며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 역할에 더해 한화 전략 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까지 동시에 맡게 됐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 경영 일선 지휘봉 받아
김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의 승진 전 그룹 방산 사업을 한 데 모으는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 회장은 올해 7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3개사에 분산됐던 그룹 핵심사업인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록히드마틴’, 오는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재편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로서 그룹 내 역할이 더욱 커졌다.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사업은 최근 방산 수출 호조에 탄력 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지난 8월 ‘K9 자주포’ 수출, 지난달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폴란드에서만 8조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김 회장의 김동관 부회장 힘 실어주기는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에서도 이뤄졌다. 한화는 이번 재편을 통해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매각하는 대신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했다. 한화는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소재, 장비, 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전문화했다. 사업 재편 발표 이후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전략 부문 대표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올해 대외적으로도 한화를 대표하며 ‘차기 총수’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올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한화를 대표해 공식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같은 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차담회에도 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보폭 확대는 김 회장이 건강 등 문제없이 왕성한 경영 활동을 하는 가운데 일어나며 더욱 주목받는다. 김 회장은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회장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그는 주변 직원들 부축 없이 차량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서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여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이상설을 일축시켰다.
◇대우조선 인수 마지막 사업재편 마무리…노조 갈등은 과제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지막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한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에는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하며 인수 작업에 속도를 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전투함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 중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남은 과정은 방산업체 매매 승인, 기업결합 심사, 국내·외 인·허가 취득 등이다. 이 과정은 약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해도 노동조합과 갈등이 과제로 남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부터 51일 간 이어진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입은 바 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집행부에 47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등 갈등이 악화했다. 한화는 노조에 고용보장과 노조·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본계약 체결 조건에 담은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화가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차남 김동원·삼남 김동선, 금융·호텔사업 전담 승계
김 회장은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차남 김동원 부사장, 삼남 김동선 전무의 경영 보폭 역시 확대됐다. 이들은 각각 금융,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전담하며 승계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 전무 겸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은 올해 10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승진 이후 지난달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에서 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경영 보폭 확대에 속도를 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10월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어제의 한화를 경계하고 늘 새로워져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을 허물어서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