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회장, 정부 추진전략 발맞춰 SMR시장 '선도'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했다.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규정한 것이다. 원전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원전 사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로 삼고 투자에 나선다. 국내 원전 생태계가 회복되고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신아일보>는 ‘원전강국 부활’이란 타이틀로 총 3회에 걸쳐 윤석열 정부의 원전산업 청사진을 짚어본다. 동시에 기업들이 꿈꾸는 원전 사업 계획안까지 포함시켰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다시 열린 원전시대, 탄소중립 주도
② 한수원·두산, 원전강국 재건 주역된다
③ 삼성·SK·GS, 차세대 SMR 뛰어든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강국 도약 주역으로 떠오른다. 주요 역할은 수출 경쟁력이다. 신한울 3·4호기 착공 등 새로운 원전건설에 해외 수주 사업까지 더해져 원전 산업 자체를 확대시킨다는 복안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의 ‘2030년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 발맞춰 원전건설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수출 성과는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나올 전망이다. 한수원이 지난 1월 단독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 2차측(원자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속건물) 건설사업 수주 계약이 임박했다.
체코에서도 낭보가 기대된다. 현재 체코는 오는 2036년 준공을 목표로 원전 1기 건설 사업 입찰에 들어갔다. 발주는 연내 이뤄질 예정이다. 한수원은 지난 3월 체코 신규 원전 본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폴란드 원전건설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폴란드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루마니아 원전 사업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국내 원전업계가 이번에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면 2009년 아랍 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보수, 유지 등 다양한 원전 사업이 있지만 신규 원전건설이 가장 영향이 크다”며 “결국 원전을 새로 건설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일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수원 정재훈- 탈원전 정책 딛고, 수출 전선 맨 앞에서 '달린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 수출 계약을 맺는다. 최종 계약을 맺으면 지난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딛고 이뤄내는 성과가 된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 이집트로 떠나 현지 파트너와 협력을 본격화했다. 탈원전 정책 상황에서도 수출을 위해 뛰어다닌 것이다. 엘다바 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선 이집트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인 현지화 비율 20∼35%를 충족해야 해 출장 등 숨가쁜 해외 일정은 필수다. 엘다바 원전 건설은 1200메가와트(MW)급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정 사장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행보에도 적극 나선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투입해 1200MW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2018년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 두코바니 인근 트레비치 지역에 봉사대를 파견해 지역사회와 친밀한 유대감을 쌓았다. 지난 6월에는 정 사장이 직접 체코로 향해 지역 주요인사들을 만나 한수원의 원전 건설·운영 능력을 설명하는 등 원전 건설 지역과 지속 소통·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정 사장의 수주를 위한 행보는 폴란드로 이어졌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2040 에너지 전략을 발표하며 오는 2033년 신규 원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 폴란드를 찾아 피오트르 나임스키 전략적에너지인프라 전권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선언한 ‘원전 수출 주도’ 역량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2018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독자적인 수출 역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능력이 있어 대부분 수출 전선 맨 앞에서 뛰어다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의 공식 임기는 4월4일부로 만료된 상태다. 하지만 후임자 임명 직전까지 원전수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한수원과 '팀코리아' 결성, 보폭 맞추기…SMR도 본격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정부의 원전 수출 주도에 발맞춰 재도약 기회를 잡는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감지원 △금융지원 △기술경쟁력 강화 지원 △미래 먹거리 지원 △해외진출 지원 등을 담은 ‘원전 협력사 5대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계획은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발맞춘 행보다.
수출에서도 한수원과 보폭을 맞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 한전기술 등과 함께 ‘팀코리아’를 결성해 체코 원전 입찰에 뛰어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6월 팀코리아 일원으로 체코를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한전기술 등과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활동을 펼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로서 폴란드를 방문해 현지 기업 자르멘(ZARMEN)과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유럽 내 원전시장 신출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속도는 그동안 박 회장이 쌓아온 수출 경쟁력이 밑바탕됐다는 평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국내 처음으로 유럽 국제표준 시험인증기관 TUV SUD로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 19443’ 인증서를 취득했다. 체코 등 다수 유럽 국가 원전 운영사들은 원전 주기기 공급 조건으로 ISO 19443 인증서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에 앞서 인증서를 취득해 수출 발판을 마련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 사업도 본격화한다. 박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원자력발전사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 협약을 제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협약으로 뉴스케일파워가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 프로젝트에 공급할 SMR 본제품 제작에 착수한다.
박 회장이 밑바탕을 다진 SMR 사업은 체코, 폴란드 등 원전 수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월 오젭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가진 면담에서 SMR 조기 상용화와 세계 시장 공동진출 등을 SMR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을 위한 준비도 빈틈없이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 SMR 제작 물량이 본격 확대되면 협력사들의 참여 기회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