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창사 첫노조 '부담'…낮은 임금구조 불만 단속 과제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55·사진)가 경영 첫 해 실적 경신이라는 큰 성과를 올렸지만 기업의 ‘70년 무노조 경영’이 깨지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이에 더해 최 대표가 그룹 중기비전에 맞춰 외연 확장은 물론 조직 안정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면서 경영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은석 대표는 올해 경영 2년째를 맞은 가운데 회사의 지속 성장과 조직 내부 단속 여부에 따라 경영능력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지난 2020년 말 그룹의 정기인사로 CJ제일제당의 새 수장이 됐다. 직전에는 CJ 지주에서 경영전략 총괄을 맡았다. 그는 그룹 핵심인 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후 주력인 식품은 물론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성과를 냈다.
식품사업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가정간편식(HMR) 경쟁력을 끌어 올려 국내외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또 비건(Vegan, 채식주의) 브랜드 ‘플랜테이블’ 론칭, 동물세포 배양배지 기업 ‘케이셀’과 배양육 사업 등을 추진하며 CJ의 식품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바이오 부문은 네덜란드의 CDMO(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기업 ‘바티비아’ 인수,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군집) 전문의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와 ‘CJ웰케어’ 출범을 주도하며 그룹의 신사업을 도맡게 될 산파 역할을 해냈다.
또 본사를 글로벌 HQ(헤드쿼터)와 한국식품사업으로 분리하고 베트남에 공장 2곳을 잇달아 준공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최 대표는 경영 첫 해이자 코로나 2년 차인 지난해 사상 첫 연매출 15조원(대한통운 제외)을 넘고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를 지켰고 이 회장으로부터 더욱 신임을 얻게 됐다.
최 대표는 올해에도 이 회장 기대에 부응해 제일제당의 경쟁력을 배가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4대 미래성장엔진(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제3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그룹의 중기비전을 발표했다. 제일제당이 그룹 핵심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것이다.
최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4대 미래성장엔진을 바탕으로 만두·즉석밥 등 글로벌 핵심전략제품(GSP)의 대형화, 웰케어·바이오사이언스를 양 축으로 한 바이오 역량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임기 중 노조가 결성된 점은 최 대표에게 부담이다. 한국노총 산하 한국식품산업 노동조합연맹을 상급단체로 둔 CJ제일제당 노조는 지난 3월 설립돼 이달 1일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됐다. 70년 창사 이래 첫 사례다. 지난달 말 기준 90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노조로부터) 교섭 제의가 아직 들어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노조 결성은 업계 1위에 걸맞지 않은 낮은 임금구조, 임직원 간의 큰 보수 격차가 주 이유로 꼽힌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7500만원이다. 회사 매출(별도 기준)보다 각각 7배, 5배가량 차이 나는 하이트진로(평균 1억400만원), 동원산업(8200만원)보다 더 적다.
내부 보수 격차도 크다. 제일제당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50억3500만원으로 임직원 평균보다 67배 더 많다. 106억7000만원을 수령한 손경식 제일제당 회장과는 142배 차이다.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경우 미등기임원이지만 제일제당에서만 약 84억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200% 늘었다. 반면에 임직원 급여 상승 폭은 17% 수준이다.
업계는 제일제당의 노조 결성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관련 보상이 오너와 일부 임원에게만 집중됐다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로 본다. 최 대표 입장에선 노조 설립과 맞물려 조직 불만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경영 전반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일제당이 40%가량 지분을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강신호 대표는 최근 노조파업 장기화로 사회·경제적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꽤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설립 후 진행될 임금협상과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 경영비용 증가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다”며 “조직관리가 최 대표의 경영능력을 재입증할 주요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